러, 4년간 억류 미국인 석방… 美 “우크라전 종식 신호이길”

4 weeks ago 13

트럼프 “러,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
젤렌스키 “영토 맞교환” 러에 제안

마약 소지 혐의로 러시아에 4년여 간 억류돼 있다가 11일 풀려난 미국인 마크 포겔. 워싱턴=AP 뉴시스

마약 소지 혐의로 러시아에 4년여 간 억류돼 있다가 11일 풀려난 미국인 마크 포겔. 워싱턴=AP 뉴시스
11일 러시아가 3년 넘게 억류했던 미국인을 석방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는 관계의 시작이길 바란다”며 대(對)러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영토 맞교환’을 제안하며 종전 논의에 의지를 드러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성명에서 “오늘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가 러시아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마크 포겔과 함께 러시아 영공을 벗어나고 있다고 발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위트코프 특사, 그리고 대통령의 고문들은 러시아의 선의의 표시이자,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하고 끔찍한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가 될 (억류자) 교환을 협상했다”며 석방에 의미를 부여했다.

위트코프 특사는 이날 포겔과 함께 러시아를 떠나 미국 백악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포겔은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서서 어깨에 미국 국기를 두른 채 “세상에서 가장 행운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러시아 미국대사관 직원으로 모스크바 미국 학교 교사였던 포겔은 2021년 8월 미국에서 러시아로 들어오던 중 짐에서 마약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러시아 당국에 체포됐다. 포겔은 마약이 의학적으로 처방된 마리화나라고 주장했지만 러시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결국 14년 형을 받고 러시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이번 석방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고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지 않게 하는 관계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를 매우 친절하게 대했다”며 화해 분위기를 강조했다. 또 12일 추가 석방이 있을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한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와 종전 협상을 한다면 “우리는 한 영토를 다른 영토와 바꿀 것”이라며 영토 맞교환을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러시아와 물밑에서 종전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종전 협상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그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해 점령한 땅을 돌려주는 대가로 러시아 점령지 중 어떤 지역을 받을지를 묻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영토가 중요해 우선순위는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스푸트니크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는 정통성이 없어 (그의 영토 교환에 대한 발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편집증적 망상”이라고 말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