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임금 인상률을 넘어 '누구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인가'란 문제로 번졌다. 배달라이더·택배기사 등 도급제 방식으로 일하는 종사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에 경영계가 선을 그으면서 노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도급제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문제가 공식 논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뉴스1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3차 전원회의를 열고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문제를 논의했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요청서에는 도급제 또는 이와 비슷한 형태로 일하는 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처음 포함됐다. 그간 시간당 최저임금 인상 폭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노사 대립이 적용 범위 문제로 확장된 셈이다.
노동계는 플랫폼 노동과 특수고용이 이미 노동시장의 한 축이 된 만큼 최저임금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지금 900만명에 육박하는 도급노동자가 이날 심의를 주목하고 있다"며 "적용범위 확대는 전통적 고용관계가 허물어진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권적 조치"라고 말했다.
류 사무총장은 도급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과 관련해 "예외적 특혜가 아니라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했다. 고용 형태가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망 밖에 둘 수 없다는 취지다.
민주노총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특고·플랫폼 노동자가 870만명에 이른다고 언급하면서 최저임금 보장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리운전기사, 배달라이더, 학습지교사 등을 거론하며 "계약 형태만 개인사업자일 뿐 실질적으로 사용자 지휘·통제 아래에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도급제 종사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최저임금위원회가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제도"라며 논의 대상이 근로자인지부터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최저임금위원회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도 설계의 현실성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류 전무는 도급제 종사자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계약 조건, 일하는 방식, 근로시간, 업무 강도 등이 제각각이라고 꼬집었다. 업무량, 이동거리, 소요 시간을 반영해 별도의 최저임금 단위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계도 부담을 우려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도급제 유형별 결정 단위, 노동시장 영향, 소비자 후생에 관한 객관적 검증 자료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 본부장은 무리하게 제도를 적용할 경우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가 아니다"라고 했다.
공익위원들은 속도보다 자료 검증에 무게를 뒀다. 공익위원 간사인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은 도급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보수 산정 방식, 근로 실태, 제도 작동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고 봤다. 성 부원장은 "섣부른 결론보다 사실 기반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고용노동부 연구 결과 등을 토대로 도급제 종사자에 대한 적용 필요성, 적용 범위, 산정 방식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다만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만큼 올해 심의에서 곧바로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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