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김은비 기자] 한국의 먹거리 체감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의 ‘라면 2000원’ 발언 이후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먹거리 물가 안정이 손꼽히지만, 체감물가 상승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식음료 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 그간 안정세를 나타냈던 농산물까지 가격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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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한 관광객이 음식 안내판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15일 OECD의 ‘구매력 평가(PPP)를 고려한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 가격 수준은 2023년 기준 147로 OECD 평균(100)보다 47% 높았다. PPP를 고려한 물가 수준은 경제 규모와 환율 등 변수를 구매력 기준으로 보정한 것으로, 각국 국민이 느끼는 체감물가를 비교할 수 있다.
한국의 음식료품 물가(147)는 대표적인 고물가 국가인 스위스(1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큰 미국(94)과 일본(126), 영국(89), 독일(107)보다 높았다. 한국은 의복·신발물가(137), 교육물가(110)도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여러 품목을 포괄하는 가계 최종 소비물가(85)는 평균보다 낮았다.
전체 물가는 평균을 밑돌지만, 먹고 입는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품목은 상대적으로 비싼 셈이다. 올 들어서는 먹거리 물가가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식품 물가지수는 125.04로 소비자물가지수(116.30)를 웃돌았다.
비교적 안정세로 접어들었던 일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고되며 농산물 가격이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까닭이다.
여름 배추가 대표적으로,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여름 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8.8% 줄어들 전망이다. 여름 배추는 생산량이 다른 계절보다 적어 물량이 부족해지면 가격이 크게 뛸 수 있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이 예고된 것도 생산량 감소 요인으로 손꼽힌다. 여름 배추 가격이 급등하면 김장철까지 이어져 먹거리 물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정부는 식품·외식 물가 안정을 위한 범정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 부문별 물가 안정 대책을 세울 계획이다. 가용물량 확대 등을 점검하는 한편 식품업계를 향한 가격 안정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시장 여건 개선 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공식품은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기 조치로만 해결하긴 쉽지 않다”며 “물류비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의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유통 구조 조정을 통해 마진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