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펼쳐지는 ‘드라이버 전쟁’에서 용품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전 세계 투어에서 성적이다. 후원하는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우승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한 해 농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테일러메이드코리아에 따르면 자사의 우드(드라이버, 페어웨이우드, 레스큐)의 2025년 1분기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7.5% 늘어났다. 팀 테일러메이드 소속의 스코티 셰플러와 넬리 코르다(미국)가 지난해 ‘Qi10’으로 수많은 우승을 쏟아낸 것이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KLPGA투어 ‘4승’ 빛나는 캘러웨이
올해도 시즌 초부터 각 용품사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총동원된 드라이버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 국내 투어만 놓고 보면 캘러웨이가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25일까지 진행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9개 대회 중 4승을 차지하면서다.
캘러웨이의 4승 모두 2025년 신제품 엘리트 드라이버 시리즈가 일궈냈다. ‘신흥 대세’ 이예원(22)의 공이 컸다. 그는 브리지스톤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드라이버와 우드는 캘러웨이 제품을 사용한다. 2025년 신제품인 ‘엘리트’를 장착한 이예원은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 포함 벌써 3승을 쓸어 담았다. 이예원의 엘리트는 최대 8야드 늘어난 비거리와 더욱 향상된 관용성을 제공하는 세 가지 핵심 기술이 적용된 캘러웨이의 야심작이다. 스피드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된 헤드 디자인, 스핀과 스피드를 최적화한 새로운 Ai 10x 페이스, 관성 모멘트를 극대화한 신소재 써머포지드 카본(Thermoforged Carbon) 크라운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달 덕신EPC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김민선(22)도 캘러웨이 엘리트 TD 맥스 드라이버를 사용한다. 엘리트 TD 맥스는 시리즈 중 가장 높은 관용성을 자랑하는 제품이다. 엘리트 드라이버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도 휩쓸고 있다. 올 시즌 초반 5개 대회에서 문도엽(34)과 배용준(25)이 엘리트 시리즈로 각각 1승씩을 따냈다.
◇‘2승’ 테일러메이드·핑 맹추격
드라이버 전통 강자 테일러메이드와 삼양인터내셔날 핑골프도 시즌 초반부터 ‘챔피언의 클럽’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시즌 초반 나란히 2승을 따내며 KLPGA투어 드라이버 전쟁에 불을 붙였다.
테일러메이드는 간판스타 방신실(21)의 활약이 빛났다. 방신실은 테일러메이드의 신제품 Qi35로 지난달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1년6개월 만에 우승 갈증을 씻었다. Qi35는 관성 모멘트 1만(10K)을 자랑하는 전작 Qi10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높은 관용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거리가 더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테일러메이드의 스텔스2 드라이버를 쓰는 홍정민(23)은 이달 초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2년11개월 만에 통산 2승째를 달성했다. 스텔스2는 2023년 출시된 제품으로 테일러메이드를 드라이버 1위 브랜드로 이끈 제품이다.
핑의 자존심은 박보겸(27)이 지켰다. 의류까지 핑의 후원을 받는 박보겸은 신제품인 G440으로 지난 3월 열린 2025시즌 공식 개막전을 제패했다. 박현경(25)도 G440으로 최근 시즌 첫승을 올렸다. G430의 후속작인 G440은 2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쳐 탄생한 제품으로 핑만의 관용성은 기본이고 비거리, 타구음, 타구감을 업그레이드한 ‘역대급’ 모델로 평가된다. 박현경과 박보겸 모두 낮은 스핀의 페이드 구질은 완성하는 G440 LST를 사용한다.
지난달 iM금융오픈에서 투어 4년 차에 생애 첫 승을 거둔 김민주(23)는 타이틀리스트의 GT3 드라이버가 주무기다. KPGA투어 2년 차 김백준(24)도 GT3로 개막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했다. 최근 SK텔레콤 오픈에서 통산 3승을 올린 엄재웅(35)은 스릭슨의 신제품 ZXi LS로 던롭스포츠코리아에 1승을 안겼다.
◇PGA투어 다승 1위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선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의 활약이 빛났다. 25일 기준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가 무려 7승을 쓸어 담았다. 지난 2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 지난달 시그니처 대회인 RBC 헤리티지에서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각각 GT2로 우승한 것이 대표적이다.
테일러메이드는 6승을 합작해 PGA투어 다승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Qi10으로 지난달 마스터스 토너먼트 우승 포함 3승을 올렸고, 세계랭킹 1위 셰플러도 Qi10으로 PGA 챔피언십 등 2승을 적립했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 2승 모두 테일러메이드가 휩쓸었다.
◇‘허인회 효과’ 미니 드라이버 열풍
투어에서 특정 선수의 활약이 용품사의 제품 개발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국내에서 불고 있는 ‘미니 드라이버’ 열풍이 그중 하나다. 지난해 6월 허인회(38)가 KPGA투어 비즈플레이 오픈에서 미니 드라이버로 대역전극을 만들면서 인지도가 올라갔다. 당시 허인회가 쓴 Ai 스모크 Ti 340 미니 드라이버는 완판 행진을 이어가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해외에선 2021년 필 미컬슨(미국)이 테일러메이드 미니 드라이버로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주목받았다.
캘러웨이는 미니 드라이버 열풍에 힘입어 올해 엘리트 미니 드라이버를 내놓았다. 헤드 사이즈가 340cc로 일반 드라이버보다 작고, 3번 우드보다는 큰 크기로 설계됐다. 티잉 구역과 페어웨이 등에서 다양한 활용성을 자랑한다.
다른 용품사들도 발 빠르게 미니 드라이버 시장에 뛰어든 모양새다. PXG가 지난 1월 브랜드 첫 미니 드라이버인 시크릿 웨폰을 출시했고, 타이틀리스트도 미니 드라이버 GT280을 공개했다. 가장 최근엔 테일러메이드가 r7 쿼드 미니 드라이버를 공개하면서 미니 드라이버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