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목숨 소중한 줄 모르는 기업”
SNS에 계열사 브랜드 목록 등 올라와
“불매운동 피해는 가맹점-근로자에” 우려도
“SPC 공장에서 사망 사고가 난 게 도대체 몇 번짼가요. 사람 목숨 소중한 줄 모르는 기업 제품은 소비하지 않기로 다짐했어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9)는 SPC그룹 브랜드인 파리바게뜨 빵,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던킨도너츠 등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다. 19일 경기 시흥시 SPC 계열사 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양모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사고 소식을 들은 뒤 결심한 불매운동이다. 김 씨는 “불매운동이 과거보다 크게 번져 사고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직후 분노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PC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직장인 황모 씨(28)는 “내 또래였던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진 2022년부터 SPC 빵집 대신 동네 빵집을 가는 등 불매운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SPC는) 변한 게 없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친구들에게 SPC 계열사 목록을 다시 공유하고 불매운동 동참을 권유하고 있다. 시민 김주영 씨(24)도 “지난 생일에 배스킨라빈스 등 SPC 상품권을 받았는데 버릴 생각”이라고 했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는 SPC 계열사 브랜드 목록이 정리된 사진과 함께 “피 묻은 빵 먹지 않겠다”는 등의 게시물이 19, 20일 연일 올라오고 있다. X(엑스·옛 트위터)에는 “SPC의 반복되는 사고는 분명 인재”,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죽었는데 KBO 빵을 먹어야 하나”는 등 내용의 글들이 올라왔다.
불매운동 확산 조짐에 SPC 계열 가맹점주들은 매출 감소, 폐업 우려 등을 호소하고 있다.
19일 오후 7시경 만난 서울 동대문구의 파리바게뜨 점주 A 씨는 “몇 년 전에도 불매운동 때문에 매출이 10~20% 떨어지는 등 타격을 입었다”며 “이번에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점주 장모 씨(55)는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는 “가게 운영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사고가 났다니 당황스럽다”며 “매출 감소가 크면 폐업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기업에서 터진 사건·사고로 인해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SPC의 경우 2022년 10월 15일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숨졌을 당시에도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2021년 6월에는 경기 이천시 쿠팡 물류창고 화재 당시 열악한 근로 환경에 분노한 소비자들이 X 등에서 ‘쿠팡 탈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리는 등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리점 갑질 논란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남양유업과 옥시레킷벤키저(옥시)도 각각 2013년, 2016년 불매운동이 일어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옥시 불매운동 이후 전북 익산 공장 노동자 20여 명이 경영난을 이유로 해고되는 일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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