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귀엽노' 하는데 일베냐"…MBC경남 게시판 민원 폭주

1 week ago 3

리센느 원이.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리센느 원이.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그룹 리센느 멤버 원이의 사투리 표현을 이른바 일베식 혐오 용어로 치부해 도마 위에 오른 MBC경남 소속 김현지 PD를 향한 시청자들의 불만이 확산하고 있다.

7일 MBC경남 공식 홈페이지 내 시청자 소통 게시판에는 김 PD를 규탄하는 항의성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게시판에는 "지역혐오 조장하는 김현지 PD는 사퇴하라",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어린 아이돌을 죽이려 하는 피디를 해고하라", "경상도 출신이면서 자기 고향을 폄훼하다니 일말의 양심이 있으면 해고시켜라" 등 격앙된 민원이 무더기로 게재됐다.

아울러 "아침에 딸내미가 엄마한테 '귀엽노' 하는데 우리 딸 일베인가", "수십년을 써온 사투리인데 나도 일베냐"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도 쏟아졌다.

/사진=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사진=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캡처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28일 원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에서 시작됐다. 경남 거제가 고향인 원이는 멤버 미나미의 일본 본가를 방문하던 도중 어두운 분위기에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며 자연스럽게 고향 사투리를 구사했다.

다만 이를 두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할 때 쓰는 일베어와 유사하다는 억측이 나왔다. 이에 누리꾼들은 "의문형 어미로 끝나는 전형적인 지역 사투리일 뿐인데 이를 반사회적 용어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맞섰다.

이 상황에서 김 PD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논란을 더했다. 그는 지난 1일 "인기 있는 영상을 봤는데, 여성 아이돌과 연출자가 자연스럽게 '~노'라는 어미를 주고받는 모습에 무척 씁쓸했다"며 "방언 연구자들이 어법에 맞지 않는 잘못된 변형이라고 거듭 지적해 왔음에도 젊은 층이 비문법적인 표현을 스스럼없이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이 일베식 사고를 해 의도적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더 위기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글이 공개된 후 누리꾼들은 김 PD가 과거 제작에 참여했던 MBC경남의 예능 프로그램 '얍! 활력천국'에서 "뭐라 하노?", "그럴 여가가 어딨노", "야가 무슨 죄를 짓고 저래가 오노?" 등 동일한 형태의 사투리 자막이 사용된 점을 찾아냈다.

자신이 만든 방송에서는 사투리 자막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서, 타사 콘텐츠 속 아이돌의 사투리는 혐오 표현으로 몰아세우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정치권으로 확산하며 사투리 사용을 둘러싼 거대한 갑론을박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여야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SNS)와 공식 회의를 통해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는 지난 6일 SNS를 통해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잘못된 행위임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나의 관찰로는 일베는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사용한다"며 "청년들도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것이 잘못된 혐오표현임을 알고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반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전 대표가 뜬금없이 경상도 사투리를 향해 죽창가를 부르기 시작했다"며 "그냥 경상도 사람이 경상도 사투리 쓴 것"이라고 즉각 맞받았다.

이 대표는 "전도유망한 연예인이 조 전 대표의 몰상식한 타박으로 자의 또는 타의에 따라 고유의 색채를 잃을까 걱정"이라며 "젊은 세대에게 본인들처럼 감성으로 역사를 다루라고 강요하며 경상도 사투리의 끝말인 '노'라는 글자를 피휘(避諱)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역시 조 전 대표의 발언을 '사투리 검열'로 규정하고 공세를 펼쳤다.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은 "'무섭노' 같은 발언은 특히 젊은 층에서 감탄사의 의미로 쓰인다"며 "민주당 정치인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너무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나치게 성역화돼선 안 된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나경원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SNS에 직접 '노' 어미를 활용한 게시글을 올리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나 의원은 지난 5일 SNS에 "스타벅스도 못 가고 사투리도 마음대로 못 쓰는 검열사회, 남조선이 돼가노. 무섭노"라고 적었으며, 주진우 의원과 김민전 의원 역시 "평택 월세는 언제 뺐노?", "적당히 했으면 좋겠노"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은 '우리말샘'을 통해 ' -노'에 대해 '경상도 지역 방언으로, 의문사가 있는 의문문에서 의문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로 공식 풀이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