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탠퍼드대가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 주요 연구진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만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AI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미국의 인적 자본 우위가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는 최근 지난해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발표한 다섯 편의 논문에 이름을 올린 201명의 출신 학교와 주요 경력 등을 조사·분석한 ‘딥시크 AI의 인재 분석과 미국 혁신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명 중 54%에 해당하는 111명은 교육 과정을 중국에서만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고등교육 이수 이후에도 중국 연구기관 등에 소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
반면 미국 유학 경험이 있는 연구자는 4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 후버연구소에 따르면 이들 중 미국에서 유학 경험이 있거나 미국 기업이나 연구기관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은 49명으로 전체의 24.3%에 불과했다. 또 미국 기반의 연구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는 7%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 연구기관에 소속된 연구자는 전체의 85%에 달했다.
이는 AI 분야에서 미·중 간 교육 격차가 확 좁혀진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미국이 공학 인재 육성 분야에 있어 중국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을 땐 중국 개발자 및 과학자들의 미국 유학이 ‘필수 코스’로 여겨졌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후버연구소는 “중국이 서구의 전문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내에서 세계적 수준의 AI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딥시크 사례는 미국이 갖고 있던 인적 자본 우위의 붕괴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새로운 시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국내외에서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고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