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쇼크 1년반만에, 中 AI 세계 34% 잠식… 美 ‘칩 봉쇄’ 역풍

2 weeks ago 13

[美中 ‘AI 신냉전’]
저비용 ‘키미 K3’는 지능지수 3위로… 中 AI, 美모델 추격하며 점유율 확대
中 고성능칩 부족하자 ‘효율성’ 집중
美 “중국산, 선도모델 베껴” 제재 시사… 中도 “자국 AI데이터 접근 제한” 맞불

17일(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당시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의 AI 모델 ‘키미(Kimi) K3’의 전시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 X 캡처

17일(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 당시 중국 AI 스타트업 문샷AI의 AI 모델 ‘키미(Kimi) K3’의 전시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 X 캡처
인공지능(AI) 모델이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가를 국가 전략자산으로 떠오르면서 미중 AI 패권 경쟁도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첨단 칩 봉쇄는 중국의 추격을 늦추기는커녕 딥시크와 키미로 대표되는 저비용·고효율 AI 생태계를 키우는 역설을 낳았다. 이에 금융자산 동결 등 광범위한 제재 권한이 있는 미 재무장관까지 나서 중국 AI 모델이 미국산을 베낀 것 아니냐며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외국 기업의 자국 AI 데이터 접근을 제한하는 등 맞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 저비용-개방 정책으로 빠르게 침투하는 中

본보가 22일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딥시크의 시장 점유율(텍스트 요청량 기준)은 올 1월 9.2%에서 반년 만에 21%를 넘었다. 이달에는 텐센트와 샤오미도 처음 10위권에 들었다. 문샷AI가 17일 공개한 매개변수 2조8000억 개 모델 ‘키미 K3’는 20일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지능지수(Intelligence Index)에서 57.1점으로 클로드 페이블5(59.9점), GPT-5.6 솔(58.9점)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문샷AI의 최대 주주 이자 핵심 투자자인 알리바바도 이틀 뒤 ‘큐원 3.8’을 내놨다.

지난해 1월 딥시크가 처음 공개돼 시장에 충격을 준 ‘딥시크 쇼크’ 당시만 해도 여전히 중국 AI 기업은 미국 선도 모델을 뒤쫓는 후발 주자로 평가됐다. 하지만 1년 반 만에 낮은 이용료를 앞세워 사용자를 빠르게 끌어들이고, 성능 면에서도 미국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첨단 칩 통제가 오히려 중국이 ‘효율’을 추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다. 딥시크는 질문별로 필요한 ‘전문가’만 가동하는 ‘MoE’(혼합전문가) 방식으로 연산량을 낮췄다. 엔비디아, 아마존·구글, 오픈AI 등 기업들이 각각 AI 생태계를 만드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정부와 지방정부, 기업이 연계해 용도별 맞춤형 시스템을 공동 설계하는 ‘풀스택 자립’을 추진하고 있다. AI 칩은 화웨이에 몰아주는 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칩 수출 통제의 역풍을 우려하며 “가장 무서운 경쟁자는 화웨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미중 갈등이 깊어지며 미국 유학·근무 경험이 있는 AI 인력이 귀국했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창업 자금, 컴퓨팅 지원, 산업단지 조성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 핵무기처럼 전략자산 된 AI… “미중 AI 회담 개최”

다만 딥시크 등 중국 기업이 미국 선도 모델의 응답을 무단 수집해 자사 모델 학습에 썼다는 ‘지식 증류’ 의혹도 여전하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21일(현지 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AI 모델에서 미국 거대언어모델(LLM)의 워터마크가 다수 발견됐다며, 지식재산권 도용이 확인되면 제재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9월 시진핑 방미 전으로 예정된 미국과 중국의 첫 AI 회담에서 미국 협상단을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위력이 커지는 미중 AI의 파괴력을 어떻게 억지할지, 증류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4월 강력한 사이버 탐지·공격 능력이 확인된 앤스로픽의 최상위 모델 ‘미토스’와 ‘페이블5’에 외국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령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첨단 AI를 핵무기처럼 국가 안보를 좌우할 전략자산으로 보고 통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자국 AI 기술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고 자국 기술 스타트업의 인수를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중 AI 신냉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도 독자 AI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도 AI 칩과 모델을 아우르는 역량을 갖춘 드문 국가”라며 “미중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더라도 세계 3위권 선두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증류(Distillation)
최상위급 대규모 AI의 답변값을 활용해 소형 AI 모델을 더 빠르고 똑똑하게 만드는 과정. 전교 1등이 정리한 노트로 공부해 적은 노력으로 비슷한 성적을 내는 셈.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한채연 기자 chae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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