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쓴 ‘두바이 초콜릿’ 열풍이 피스타치오 품귀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피스타치오 크림을 사용해 만든 두바이 초콜릿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지만, 피스타치오 주산지인 미국에서의 생산량이 줄며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피스타치오 커널(껍질을 깐 피스타치오) 가격은 파운드당 10.3달러로 1년 전(7.65달러)에 비해 34.6% 급등했다.
가격 급등의 배경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기반 초콜릿 브랜드 ‘픽스’가 있다. 픽스가 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중동식 면)을 초콜릿을 감싼 초콜릿을 출시하면서다. 이 제품을 먹는 틱톡 영상이 2023년 12월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누적 조회수 1억2000만회를 넘겼다. 두바이 현지에서는 여전히 해당 제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초콜릿이 유행하면서 피스타치오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농무부(USDA)의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피스타치오 수요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110만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공급은 부족하다. 전 세계 피스타치오 생산량의 43%를 차지하는 미국의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올해 2월까지 지난 1년간 생산량은 50만3230t으로 전년 동기(67만5853t)대비 25% 감소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의 가뭄에 더해 흉년까지 덮친 탓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피스타치오를 수입해오는데 두바이 초콜릿 유행이 국내에서 본격화된 지난해 여름에도 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랐었다”며 “최근 작황이 부진하고 고환율이 유지되고 있어 원가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두바이 초콜릿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스위스 초콜릿 브랜드 린트가 출시한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은 영국에서 145g 기준 1만8000원으로 일반 초콜릿 가격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현지 매장에서는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국내 유통업계도 지난해 여름 두바이 초콜릿을 출시하며 흥행을 기록했다. 두바이 초콜릿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판매한 CU는 출시 6개월 만에 200억원의 물량을 팔아치웠다. 4000원짜리 단일 상품 매출로는 최단 기록이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CU에서 두바이 초콜릿을 쓸어 담고 있다. 올해 1~3월 CU의 택스 리펀드를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매출 2위가 두바이 초콜릿이었다.
피스타치오를 활용한 간식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도 지난해 10월부터 자체브랜드(PB) 피코크 상품으로 피스타치오 초코볼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3월 이 제품의 매출은 지난해 11월보다 10% 증가했다고 이마트는 설명했다. 기업형슈퍼마켓(SSM) GS더프레시에서는 지난해 8~10월 피스타치오 판매량이 평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