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어린 두 자녀를 살해하고선 시신이 담긴 가방을 창고에 보관한 뒤 한국으로 도주한 혐의를 받는 한인 여성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최근 AFP통신과 현지 매체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북섬 오클랜드 법원은 이모(44)씨가 출석한 가운데 첫 재판을 했다. 이씨는 지난 2018년 6~7월께 9세 딸과 6세 아들을 살해한 뒤 한국으로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질랜드 송환...첫 공판서 혐의 부인
이날 재판에서 이씨는 ‘유죄를 인정하느냐’고 묻는 말에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제프리 베닝 판사는 이같은 이씨의 행동을 무죄 주장으로 간주하고선 재판을 계속 이어갔다고 말했다.
숨진 두 아이의 정확한 사인은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씨가 처방받은 수면제가 숨진 자녀 체내에서 검출되기는 했다. 그러나 다른 사망 원인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씨는 2017년 자녀들의 아버지가 암으로 숨지자 이듬해 자녀들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은 뒤 오클랜드의 한 창고에 보관한 것으로 전해진다.
범행 이후 이씨는 2018년 하반기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러던 와중에 2022년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창고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했다.
이에 창고에 보관했던 물품이 온라인 경매에 부쳐지면서 이씨의 범행이 드러났다. 2022년 8월 창고에 보관중인 물품을 낙찰받은 현지 주민이 가방에서 아이들의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뉴질랜드 경찰은 생모인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같은해 이씨는 9월께 울산에서 검거된 뒤 뉴질랜드로 송환돼 구속됐다.
이씨의 재판은 최장 4주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국에서 태어난 이씨는 뉴질랜드로 이주해 뉴질랜드 시민권을 얻었다.
한편 베닝 판사는 이날 재판에서 이씨의 범행 당시 정신 건강 상태를 고려해 달라는 피고인 측의 요청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이씨가 스스로 변호를 맡고 있지만 필요 시 지원할 변호사 2명이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