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발 불타는 듯한데 겉은 멀쩡… 인구 7~10% 겪는 ‘보이지 않는 통증’[이진형의 뇌, 우리 속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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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끈거림, 저림, 콕콕 찌르는 느낌… 스치기만 해도 고통 겪는 만성통증 당뇨-대상포진 등에 신경계 오작동… 원인 못 찾는 특발성 환자도 적잖아 약물-신경자극 치료에도 효과 제한… 통증 ‘보는’ 기술, 치료의 새 돌파구 신경병성 통증을 앓는 아버지와 치료법을 찾아 나선 아들의 12년 사투를 담은 다큐멘터리 ‘마이 라스트 너브’의 한 장면. 사진 출처 하이 워터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 《삶의 질 낮추는 ‘신경병성 통증’2024년 공개된 미국 다큐멘터리 ‘마이 라스트 너브(My Last Nerve)’의 예고편은 이런 말로 시작한다. “당신이 건강하다면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이다. 건강을 잃게 되면 세상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무서운 속도로 배우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아들 맥스가 12년 동안 아버지 조너선의 병을 고칠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선 과정을 그린다. 맥스는 그 과정에서 의료 시스템의 여러 한계에 부딪히고 숱한 고난을 겪는다.》사업을 시작한 조너선은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휴가를 다녀온 뒤 오른발이 불타는 듯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통증은 곧 왼발과 양손으로 번졌다. 그가 받은 진단은 ‘특발성 말초신경병증’이었다. 한마디로 말초신경계에 이상이 생겼지만 그 원인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맥스는 이 진단에 화가 났다. 어려운 의학용어로 병명을 붙였지만 결국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른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의 이름난 전문가들을 찾아갔지만 그들 역시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었다.조너선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통증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두 발을 바비큐 그릴 위에 올려놓은 듯한 느낌인데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다. 이 때문에 괜히 아픈 척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손을 겨드랑이에 끼고 있어야 통증이 조금이나마 누그러졌지만 사람들은 그가 왜 그런 자세를 취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조너선은 견딜 수 없는 통증에 24시간 시달려 다른 어떤 일에도 집중할 수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 고통을 볼 수 없었다. 다큐멘터리 ‘마이 라스트 너브’ 포스터. 사진 출처 ‘마이 라스트 너브’ 공식 예고편 그는 일주일에 240개의 약을 먹고도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졸음과 어지럼증, 입마름, 변비 등 여러 부작용도 쌓여 갔다. 병원에서는 약 처방을 조금씩 바꿔 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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