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재건축’ 파도, 여의도를 바꾼다[0과 1로 보는 부동산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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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주거’ 금융중심지 재건축의 구조적 의미
용적률 인센티브에 오피스 재건축 가시화
공실률 1.9%·거래액 최대…투자 수요 집중
아파트 15개 단지 정비…1.3만가구 공급 전망

  • 등록 2026-04-25 오전 9:00:03

    수정 2026-04-25 오전 9:00:03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 여의도가 오피스와 주거, 두 축이 함께 바뀌는 대규모 전환기를 맞이했다. 서울시의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이 본격 가동되면서 낡은 오피스 빌딩들의 재건축이 잇따라 가시화되고 있다. 또 15개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도 동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무지구와 주거 단지가 함께 탈바꿈하는 이례적인 국면이다.

(사진=챗GPT로 생성)

현재 여의도에서 재건축이 구체화한 노후 오피스는 KB국민은행 본관과 한국화재보험협회, 키움파이낸스스퀘어, 메리츠화재, 미래에셋증권타워 등이다. 이들의 연면적을 합산하면 12만평에 달한다.

1984년에 지어진 KB국민은행 본관은 지상 34층, 연면적 10만 4800㎡ 규모의 대형 오피스로 새로 태어날 예정이다. 광화문 D타워(연면적 약 10만 5000㎡, 지상 33층)에 맞먹는 규모다. 이 프로젝트 하나만으로도 여의도 프라임 오피스 공급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화재보험협회 빌딩은 기존보다 연면적을 4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재건축은 브라이튼자산운용이 사업을 주도하고 동원건설산업이 시공을 담당해 오는 2028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젝트들이 단순히 낡은 건물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파격적인 용적률 인센티브가 제공되면서 빌딩 규모를 대폭 키울 수 있게 됐다. 재건축 사업성도 크게 높아졌다. 여의도에 본사를 둔 금융사들이 준공 후 계열사를 한 건물에 통합 입주시키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금융 중심지로서 여의도의 정체성은 강해지는 흐름이다.

여의도 오피스 시장은 2020년대 들어 파크원, IFC, FKI 타워(옛 전경련회관), 앵커원 등이 잇달아 들어서며 빠르게 달라졌다. 하지만 2024년 TP타워 준공 이후 대형 신규 공급은 사실상 끊겼다. 이들 프로젝트가 차례대로 완공되면, 수년간 멈춰 있던 프라임 오피스 공급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재건축 기대감은 투자 시장에서 숫자로 반영되고 있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2025년 서울·분당 오피스 투자 거래액은 26조 1000억 원으로, 종전 최대치였던 2020년(16조 1000억 원)보다 62% 늘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4분기에만 6조 9000억 원이 몰렸다.

권역별 공실률을 보면 여의도(YBD)는 1.9%로 도심(CBD) 4.5%, 강남(GBD) 4.8%를 크게 밑돈다. 서울 주요 권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빈 사무실이 거의 없다는 뜻으로, 그만큼 입주 수요가 탄탄하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흐름은 여의도 인근 자산 거래에서도 확인된다. 알스퀘어와 세빌스코리아 컨소시엄은 올해 초 여의도·마포(YBD) 권역에 속한 ‘에이원 당산’ 매각 자문사로 선정됐다. 삼성생명을 앵커 테넌트(핵심 임차인)로 둔 이 자산은 안정적인 임대 수익 구조를 갖춘 연면적 약 2만 7991㎡ 규모 중대형 오피스다. 2호선·5호선 환승역 도보 2분 거리라는 교통 이점까지 더해져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한 YBD 권역 전체가 투자 매력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신호다.

오피스·주거 동시 재건축…여의도 구조적 전환 시작

변화는 오피스에만 그치지 않는다. 여의도 일대 15개 노후 아파트 단지가 일제히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최근 대교아파트가 여의도에서 처음으로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서 사업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주목받는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했으며 1584가구 규모로, 완공되면 2493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바뀐다. 올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으며 15개 단지 재건축이 모두 마무리되면 여의도에는 총 1만 3000여 가구의 고층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한편 서울시는 4월 2일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여의도 아파트지구를 포함해 압구정·목동·성수 등 4.6㎢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1년 연장했다. 2021년 4월 처음 지정한 이후 매년 연장해온 조치로 정비사업 구역에 투기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개발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실수요자 보호 장치의 필요성도 함께 커진다는 의미다.

여의도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업무지구와 주거 단지가 동시에 대규모 재건축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보통은 한쪽이 먼저 정비되고 다른 쪽이 뒤따르는 순서로 진행되지만, 여의도는 다르다. 오피스 5개 프로젝트(36만㎡)와 아파트 15개 단지·1만 3000여 가구 재건축이 함께 추진되면서 일하는 공간과 사는 공간이 동시에 업그레이드되는 구조적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투자 시장은 변화에 베팅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오피스 거래액, 서울 최저 수준의 공실률, 인근 우량 자산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관심과 숫자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에 따른 오피스 대형화, 금융사 본사 통합 재건축, 노후 아파트의 고밀도 재편,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를 통한 투기 차단까지, 정책과 시장도 마찬가지다. 여의도 부동산 지도의 재편은 시작됐다.

문지형 알스퀘어 대외협력실장(사진=알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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