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허정]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비단 美 제조업 부활이 아니다

21 hours ago 4

‘美 우선주의’ 정책은 AI패권 겨냥한 행보
AI칩 우위-핵심광물 및 전력 확보 등 노려
AI산업 선점 국가가 미래 경제 주도할 것
韓, AI칩 국산화 못하면 공급망 종속 위험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허정 객원논설위원·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산업혁명의 역사와 우주 탐사의 역사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1차 산업혁명의 기계, 금속, 정밀가공 기술은 2차 산업혁명에서 자동차, 항공기를 거쳐 로켓 기술로 발전했다. 3차 산업혁명의 전자, 컴퓨터, 통신 기술은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켰으며, 현재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나노 기술이 화성 탐사와 우주 자원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 결국, 우주 탐사 기술은 산업 전반에 즉시 응용됐고, 이를 선도한 국가들이 세계 경제를 주도해 왔다. 오늘날 세계 경제는 AI 산업의 주도권을 누가 쥐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보면, AI 산업 패권을 겨냥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첫째, 고관세 정책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 AI 칩, 희토류 수출을 견제하고, 화웨이, SMIC 등 중국 주요 기업을 압박함으로써 미국의 AI 칩 개발 우위를 유지하려 하고 있다.

둘째, 데이터센터, 양자컴퓨터 등 AI 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효율성이 낮은 재생에너지보다 셰일가스 및 석유 개발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셋째, 미국은 AI칩, 반도체,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니켈, 리튬 등 전략적 핵심광물의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향후 희토류 공급을 무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넷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의 입장도 AI 산업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쟁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군수산업 발전을 강조하며, AI 기반 무기와 드론, 자동화 방위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휴전 조건 논의에서 핵심광물이 풍부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포함된 점도 미국의 AI 산업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다섯째, 그린란드 인수 논란 역시 AI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니켈, 코발트 등 전략자원 확보와 직결된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보다 희토류 공급망을 우위에 두려는 미국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은 AI 기반 우주 감시 및 방어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우주군을 창설하고, AI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하며 인력 양성 및 데이터 공유를 활성화하고 있다. 또한 AI 칩 생산을 중국, 대만, 한국에 의존하지 않고 미국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인텔,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아울러 AI가 활용되는 데이터 네트워크인 5세대(5G) 인프라를 미국 중심으로 통제하고 중국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제한하며, 정보기술(IT) 기업의 정보 독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AI 인재 확보를 위해 연구자, 엔지니어, 첨단기술 인력의 미국 이민을 우대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산업 정책을 단순히 미국 내 고용 증대와 제조업 부활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이는 명확하게 AI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세계 경제 속에서 향후 50년, 10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기존 동맹국과의 마찰을 감수하고, 인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의 부담을 안더라도 AI 산업을 중심으로 미래 경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경기 부양책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해석된다. 그 성공 여부를 떠나 국가 경제의 방향성만큼은 분명하게 설정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도 AI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산업화 전략의 초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은 제2의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으며, AI 기술을 모든 산업에 적극 도입하고 활용해야 한다. 자율주행, AI 데이터 활용, 로봇 등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국내에서 탄생해야 한다. 이는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은 AI 기술 개발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지 않으며, AI 반도체 제조 능력은 뛰어나지만 설계·개발 역량은 부족하다. 또한 데이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AI 연구와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도 부족하다. AI 반도체의 국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국은 선진국들의 AI 반도체 공급망에 종속될 위험이 크다. 결국, AI를 선점하는 나라가 미래 경제를 주도할 것이며, 이를 놓친 국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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