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서울 아파트 임대차 중 월세가 절반
‘전세 상징’아파트까지 월세 물결 번진 것
고금리, 전세사기가 임대차시장 구조 바꿔
청년층 주거 안정과 자산 축적에 새 시험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아파트 전월 대비 매매가격 상승률은 올 1월 1.07%에서 2월 0.74%, 3월 0.34%로 점차 낮아졌다. 수도권 역시 1월 0.62%에서 3월 0.29%로 상승 폭이 축소되고 있다.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역시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임대차시장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월 대비 전세금 상승률은 1월 0.49%에서 3월 0.52%로 확대됐으며, 4월에는 0.63%로 상승률이 더 확대됐다. 서울도 같은 흐름이다.
여기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월세 상승과 더불어 월세화의 중심이 비(非)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옮겨 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의 월세시장은 다세대·다가구주택,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전세 거래 비중이 높았고, 그러다 보니 전세는 한국 임대차시장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3월 서울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은 70.5%다. 더욱 눈여겨볼 점은 아파트 시장에서도 월세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0.8%에 달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또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200만 원 이상 계약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월세 300만 원을 넘는 사례도 관찰되고 있다.임대차시장의 이러한 변화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집주인들에게는 현재의 금리 수준에서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한 자금 운용의 매력이 낮아졌다. 자연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월세 선호가 증가하고 있다. 임차인들도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전세에 대한 위험 인식이 높아졌다. 여기에 가계부채 관리 강화와 전세대출 규제 등이 맞물리면서 아파트 시장에서도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대차 계약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가계의 주거비 부담, 자산 형성 방식, 소비 여력, 그리고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변화라는 점에서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물론 월세 비중 확대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전세 제도는 한국 특유의 임대차 구조에 가깝다.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임대차시장은 월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월세 비중 증가 자체가 반드시 시장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월세 비중 확대와 월세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회초년생과 청년층은 이러한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전세는 초기 보증금 마련 부담이 크지만 계약 종료 시 상당 부분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반면 월세는 매월 지속적으로 현금이 지출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이러한 임대차시장 변화 속에서 필자는 과거 일정 정도 유효했던 정책을 떠올려 봤다.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시장 전체를 좌우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지만, 일부 무주택 가구에 비교적 안정적인 거주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심리적 안전판으로 작용했다. 또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와 일부 임대규제 완화 정책은 민간 임대 물량을 제도권 안으로 유도하는 데 성과를 냈다. 금융 측면에서는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디딤돌 주택구입자금대출 등 정책금융이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다.물론 임대차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전세 감소 현상이 아니라 인구구조, 금리 환경, 주거 선호 변화와 금융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정책 역시 전세와 월세 중 어느 한 제도를 선호하기보다는 다양한 주거 선택지를 제공하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층과 사회초년생 가구가 급격한 주거비 부담 증가에 노출되지 않도록 공공임대 및 민간임대 활성화, 정책금융 지원 등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정책을 넘어 미래세대의 주거 사다리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이 글은 필자의 견해이며 KDI의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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