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용]다주택자 10년 때린 런던, 집값은 꺾였다

20 hours ago 4

서울처럼 치솟던 런던 집값 6개월 하락
고물가-침체에 10년 다주택 규제 영향
집값 꺾였지만, 임대료 상승 부작용도
韓, 주택시장 체질 ‘투자’에서 ‘거주’로

박용 논설위원

박용 논설위원
영국 런던의 주택시장이 뒤집어졌다. 서울처럼 치솟던 집값이 지난해 8월 꺾이더니 6개월 연속 하락했다. 런던광역청(GLA)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런던 집값은 1년간 1.7% 떨어졌다. 영국의 다른 곳은 평균 1.3% 올랐다. 런던만 냉골이다. 특히 런던 중심부 주택과 아파트는 4%대 하락했다. 서울 강남처럼 집값이 높은 웨스트민스터 켄싱턴 첼시 지역이 두 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였다.

서울처럼 공사비 상승과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안고 있는 런던의 집값은 왜 내렸을까. 우선 그간 가파른 집값 상승과 고물가, 실업 증가로 수요가 준 탓이 크다. 여기에다 지속적인 다주택자 규제도 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금과 규제의 변화에 따라 집주인과 임대인들이 매물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10년 전부터 다주택자의 ‘매입 임대(Buy to let·BTL)’를 단계적으로 조이고 있다. 2016년 임대용 주택 취득세를 올렸고 이듬해 임대용 주택담보대출(BTL 모기지) 규제를 강화했다. 대출 이자를 비용으로 인정해 임대 소득세를 공제해 주는 혜택도 4년간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임대인에 대한 압박은 소형 주택 시장에서 경쟁을 줄이고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이 부동산 사다리를 더 쉽게 오를 수 있게 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 결과 영국의 임대인 매입 주택 비중은 2015년 15.8%에서 지난해 10.8%로 하락했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주택 매입은 10년 전의 갑절로 늘었다. 특히 런던의 변화가 컸다. 지난해 주택 매물의 31%가 세를 내주던 임대인 보유 주택이었다. 이는 다른 지역 평균의 3배다. 주택시장의 체질이 투자와 보유에서 거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5월부터는 한국의 주택임대차 3법처럼 강력한 임차인권리법도 시행된다. 지금은 런던 집주인이 2개월 전 통보하면 세입자를 내보내고 임대료를 올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월세가 밀리거나 주택 매각, 집주인 실거주 등의 사유가 없으면 안 된다. 여기에다 임대 수익에 대한 소득세도 2%포인트 오른다. 임대 수익의 최소 22%에서 최대 47%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물론 이 같은 다주택 임대인에 대한 소득-대출-세금 전방위 규제는 ‘임대인 엑소더스’와 임대료 급등이라는 후폭풍을 불렀다. 런던의 주택 임대료는 2024년 전년 대비 11.4%로 치솟았다가 지난해 상승 폭이 2.1%로 줄며 안정을 되찾고 있다. 개인 임대인의 빈자리를 공공임대나 기업형 임대사업자의 ‘건설 임대(Build to rent·BTR)’가 채워주지 못하면 임대료 급등이 불가피하다는 게 영국의 경험이다.

런던 집값을 잡은 결정적 한 방이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인지, 다주택자 규제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서울이나 런던처럼 다주택자의 개인 임대 비중이 높은 도시의 경우 지속적인 다주택자 임대인 규제와 매물 유도 정책이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확인됐다. 런던에서 벌어진 일은 서울의 참고서다. 런던과 서울은 900만 명이 넘는 인구와 90%대 중반의 주택보급률, 높은 개인 매입 임대 비중 등이 비슷하다. 서울에서도 최근 정부의 다주택자 압박 이후 런던처럼 다주택자 매물이 늘어나고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23일 아파트 실거래 앱인 ‘아실’에 따르면 서울 매물 10채 중 7채는 매매, 3채는 전월세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X에 부동산 정책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올린 1월 23일 매매 비중이 절반에 그쳤지만, 이후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내며 압도적인 매매 위주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 부동산 유튜버들은 전월세 수요 감소보다 공급 부족을 더 주목하며 “집값 무서울 겁니다” “벼락 거지 됩니다” 등의 자극적 문구로 무주택자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에선 지난 10년간 문재인-윤석열-이재명 정부를 거치면서 조였다가 풀고 다시 조이는 냉·온탕 다주택자 정책이 되풀이됐다.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라는 내성이 생긴 것이다.

‘부동산 망국병’을 고치려면 주택시장의 체질을 투자자에서 실거주자 중심으로 바꿔 가야 한다는 데는 여야를 떠나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일관된 장기 정책 비전과 실행, 부작용을 최소화할 BTR 공급 대책도 없이 규제만 남발하다간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5월 10일 이후로 향하고 있다. 이번엔 진짜 다를까. 서울 아파트 시장은 아직 의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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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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