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서울 도심의 숙박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가운데 중구 을지로 일대에 들어선 신축 호텔 일부 객실이 일반에 분양된다. 최근 수년간 신규 호텔 공급이 급감한 가운데 도심 한복판에서 분양 물량이 나온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디블록그룹(옛 한호건설그룹)은 지난해 말 정식 개장한 ‘호텔 더 보타닉 세운 명동’의 회사 보유분 28실을 이달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청약홈을 통해 분양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분양에는 전용면적 41~50㎡ 규모의 객실들이 포함됐으며, 청약통장 없이 100만원의 청약금으로 신청이 가능하다.
서울 중구 산림동과 입정동 일대에 들어선 이 호텔은 지하 6층~지상 20층, 총 756실 규모로 조성됐다. 개별 등기가 가능해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며 이에 따라 보유세나 양도세 중과 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분양사 측은 잔금 납부 시 연 6%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라고 밝혔다.
주목되는 점은 호텔이 들어선 입지다. 세운지구는 서울 도심 사대문 안에서 진행 중인 최대 규모 재개발 사업지로 향후 주거·업무·상업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춘 도심 허브로 거듭날 예정이다. 인근엔 청계천 수변공원을 비롯해 명동, 남산, 종묘, 광장시장, 백화점 상권 등이 밀집해 있다.
교통 여건도 뛰어나다. 호텔은 지하철 1·2·3·5호선이 교차하는 쿼드러플 역세권 내에 있으며, 을지로3가역과 종로3가역이 모두 도보권에 위치한다. 남산 터널을 통한 강남 접근성도 높다. 주변엔 대형 금융사와 대기업 본사도 밀집해 있어, 관광객 외에도 비즈니스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배후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최근 호텔업계는 코로나19 기간 중 폐업·휴업으로 인한 객실 감소에 이어, 도심 내 신규 공급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수는 2020년보다 오히려 줄었고, 특히 개별여행객이 선호하는 2~4성급 호텔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도심 내 신축 호텔 개발은 한층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울 도심 중심부에서 향후 수년간 호텔 신규 공급이 사실상 끊길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객실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는 시점에서 이미 운영 중인 호텔의 일부가 시장에 공급된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