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라스록이 새로운 만남의 장소가 될 것 같아요.”
10일 일본 도쿄의 강남으로 꼽히는 미나토구 내 초대형 복합단지 도라노몬힐스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일본 부동산 개발 회사 모리빌딩이 전날 도라노몬힐스 재개발의 마침표를 찍는 ‘글라스록(glass rock)’을 개장하면서다.
도라노몬힐스는 모리빌딩이 총사업비 7000억엔(약 7조원)을 투입해 심혈을 기울인 도심 재개발 사업이다. 낡아지면서 시민이 빠져나간 텅 빈 도심을 일, 주거,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직(work)·주(live)·락(play)’ 공간으로 탈바꿈한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다. 도라노몬힐스 내 오피스 빌딩 입주사에서 일하는 직원만 3만 명에 달한다.
◇도라노몬 도심 재개발 마침표
글라스록은 52층짜리 오피스 빌딩인 모리타워와 49층 규모 스테이션타워를 잇는 보행길을 갖추고 있다. 모리빌딩은 “유동인구를 끌어모으는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라스록은 지하 3층~지상 4층, 연면적 8800㎡ 규모로 ‘회원제 교류 공간’을 표방한다. 모리빌딩의 오피스 공실률은 3% 수준으로, 도쿄 도심 지역 평균(약 5%)보다 낮다. 이 때문에 글라스록도 사무실로 임대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지만 모리빌딩은 도라노몬힐스 내 시너지 효과에 눈을 돌렸다. 모리빌딩 관계자는 “오피스 빌딩은 사무 공간뿐 아니라 다른 회사와 연계할 수 있는 환경, 정보 수집 기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표방하는 도라노몬힐스의 강점을 살리기 위한 측면도 있다. 도라노몬힐스는 관공서가 밀집한 가스미가세키, 외국계 기업이 모여 있는 아카사카와 가까워 유동인구가 많다.
도라노몬힐스 재개발이 마무리되면서 문화 거점인 롯폰기힐스(사업비 약 2700억엔), 고급 주택가인 아자부다이힐스(약 6400억엔)와 함께 모리빌딩의 ‘힐스 시리즈’도 모두 완성됐다.
◇‘힐스 시리즈’ 시너지 효과
도라노몬과 아자부다이, 롯폰기는 일본 최고의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이곳이 ‘힐스’라는 이름으로 재개발되면서 도쿄의 필수 관광 코스로 떠올랐다. 도쿄의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고 있다.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가 조사하는 ‘2024년 글로벌파워시티지수(GPCI)’ 순위에서 도쿄는 런던과 뉴욕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5위), 서울(6위)을 제치고 가장 높았다.
힐스 시리즈는 모리빌딩 창업자의 아들인 고(故) 모리 미노루 회장이 주도했다. 아버지를 이어 디벨로퍼 길을 걸은 모리는 업무와 주거, 즐길거리를 함께 갖춘 공간을 고민했다. 도심 오피스 빌딩이 늘면서 주거지가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그는 1960년대 미나토구 아카사카~롯폰기 구릉지에서 민간 최대 규모의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재개발 반대 세력으로부터 ‘침략자’라는 비난까지 들어가며 20년이나 걸려 지은 것이 아크힐스다. 언덕(힐스)을 오르면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는 의미에서 이후 모든 프로젝트에 힐스라는 명칭을 붙였다.
힐스 시리즈는 초고층 건축으로 도시 과밀 문제를 해소하고, 저층부에 공원과 광장을 배치해 녹지를 조성하는 ‘수직 도시’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아자부다이힐스 핵심 빌딩인 모리JP타워는 330m로 일본에서 가장 높다. 그러면서도 재개발 전보다 다섯 배 이상 넓은 약 2만4000㎡의 녹지를 갖췄다.
◇철도차량기지도 재탄생
도쿄 도심 재개발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주거, 업무 등 기능이 분리된 서울과 달리 오피스·호텔·주거·상업시설을 초대형 복합단지로 조성해 각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시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달엔 도쿄 도심 철도차량기지 부지를 JR동일본이 재개발해 조성한 복합시설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가 처음으로 일부 개장했다. 대기업 본사, 국제회의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1.6㎞에 이르는 차량기지 부지에는 건물 5동이 세워진다. JR동일본은 사업비 6000억엔을 들여 1872년 일본 최초의 철도가 달렸던 지역을 ‘100년 뒤 미래를 위한 실험장’이라는 테마에 맞춰 바꿀 방침이다.
도라노몬힐스와의 직선 거리는 약 4㎞에 불과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