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아씨, 4대 장편집 국내 첫 완역
“나에게 연민과 역지사지 가르쳐줘
작가를 ‘도 선생님’이라고 불러요”
최근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1821∼1881)의 4대 장편 번역을 마무리한 김정아 박사(56)가 정의한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열쇳말이다. 한 사람이 4대 장편을 모두 번역한 건 국내에선 처음이며,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다고 한다.
김 박사는 7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지만지) 출간 기념 간담회에서 “도스토옙스키에게 ‘인간을 뭐라 정의하겠느냐’ 묻는다면 ‘호모 소스트라다니예’라고 했을 것”이라며 “연민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점점 연민이 없어지는 21세기에 커다란 메시지”라고 했다.
김 박사는 2015년 ‘죄와 벌’(2021년 출간) 번역 작업을 시작으로 ‘백치’(2022년)와 ‘악령’(2023년)을 잇달아 번역 출간했다. 그리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까지 완역했다. 그가 이렇게 도스토옙스키 장편들을 번역한 건 “18세 때부터 사랑해온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한다.10년 넘게 번역을 하면서 몸도 많이 아팠다. 김 박사는 “백치부턴 배에 복대를, 손목엔 보호대를 착용하고 서서 번역했다”고 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작업 땐 무릎 관절과 눈이 말썽이었다.
“도스토옙스키가 신에게 들어가기 직전 자기가 했던 모든 질문에 대해 고해성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번역하면서 눈물이 너무 많이 났어요. 한번은 흰자가 너무 많이 보여 병원에 갔더니 최소 4주는 울지 말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그땐 ‘지금 눈이 멀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요.”
김 박사는 서울대 노문학과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 한 패션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그는 “문학 번역과 패션이 꼭 상반된 것 같진 않다”며 “패션이 우리 몸을 보호하고 나타내듯, 책은 저의 정신을 강하게 해주고 정신의 근육이 된다”고 했다.“저는 유리온실 속에서 좁게 공부한 사람이었어요. 도스토옙스키를 만나고 연민과 역지사지를 배우면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어요. 그 9할은 도스토옙스키 덕분입니다. 그래서 저는 ‘도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하하.”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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