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권소현 센터장]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자산배분상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높이면서 당장 매물폭탄 우려는 사그라졌다. 파죽지세로 오르는 코스피지수에 이미 국민연금 내 국내주식 비중은 한도를 한참 넘어선 상태였다. 초과분을 매도하는 리밸런싱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면서 매물을 틀어막아 놨지만 언젠가는 나올 매물이라는 점에서 부담은 상당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 국내 증시에 안도감을 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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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공단 사옥 |
그러나 단순히 매도압력이 줄었다는 수급 논리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 국내 주식 비중을 얼마나 늘렸나 보다 비중조절의 명분과 근거가 설득력 있었는가를 봐야 한다.
국민연금은 단순한 시장 참여자가 아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장기 투자자다. 국민연금이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은 가입자의 이익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의 핵심인 자산배분은 철저히 수익률과 위험관리라는 원칙 아래에서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비중을 늘리고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기대수익률과 위험, 자산간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외부요인, 특히 정책적 압력이나 시장 안정이라는 목적이 반영된다면 자산배분의 정교함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포트폴리오의 일관성이 무너지고 수익률 저조로 이어질 수 있다.
기금위는 이번 국내 주식 비중 상향 결정의 배경으로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 국내 주식 실제 비중 확대 상황, 리밸런싱에 따른 시장 영향 완화,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 강화 등을 들었다. 그러나 국내 증시 부양이라는 정책적 의도가 일정부분 반영된 것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기관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연금을 내줘야한다는 사실을 늘 생각해야 하는 초장기 투자자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 상황이나 단기적 필요에 의해 자산배분을 조정하는 것은 장기 투자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국내 주식 비중 확대가 시장 안정과 수익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자산이 꾸준히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건 불가능하다. 2024년에는 해외주식에서 34% 수익이 난 반면 국내주식에선 6.94% 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질수록 앞으로 리밸런싱 과정에서의 매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매물 부담을 줄였지만, 미래에는 더 큰 매물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의 역할은 '지금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이자,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마지막 안전망이다. 그 무게를 생각하면 자산배분은 철저히 수익률과 위험 관리라는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시장을 지키기 위해 연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연금을 지키기 위해 시장을 활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잊으면 안된다.

1 day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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