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면서 이런저런 질환도 함께 얻고 있다. 당뇨병도 그 중 하나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주변에도 이미 당뇨 또는 당뇨 전단계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당뇨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만성질환 중 하나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인구 중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가 약 533만명이다. 당뇨병전단계(이하 전당뇨)는 약 1400만으로 추산돼 둘을 합치면 2000만에 육박한다. 국내에서 당뇨병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대사질환의 일종이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고혈당이 특징이다. 당뇨병은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신경병증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이로 인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당뇨병은 한 번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고, 대부분 평생 관리해야 한다. 환자도 힘들지만, 의료비 부담도 만만찮다. 특히 국가적으로 당뇨병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막상 당뇨병 진단을 받고 보니 당뇨가 발병하기 전에 예방하는 방법은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건강을 너무 자신했던 것이 문제였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았고, 위험신호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관리하자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식습관도 바꾸고, 운동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연속혈당측정기(CGM)도 새로운 시도 중 하나였다. 개인적으로 CGM을 통해 실시간 혈당 수치를 파악한 경험은 꽤나 놀라웠다. 섭취하는 음식, 생활습관 등이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 식사 후 걷기 같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하라는 의사의 조언은 와닿지 않았다. 그러나 식사 후 걸었을 때와 식사 후 바로 자리에 앉아 일했을 때 상승하는 혈당 수치의 차이를 직접 본 것은 크게 와 닿았다.
CGM과 연계해 다양한 혈당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많다. 그러다보니 혈당 관리를 넘어 다이어트를 위해 CGM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CGM이 혈당 조절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김지윤 교수, 삼성융합의과학원 김서현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유아기나 청소년기에 발병하는 1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CGM이 간헐적 스캔형 혈당측정기보다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인슐린 치료를 받은 환자 778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실시간 CGM을 사용한 환자의 당화혈색소(최근 2~3개월간 평균 혈당을 알 수 있는 지표) 수치가 3개월 만에 8.9%에서 7.1%로 감소했다. 간헐적 스캔형 기기를 사용한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8.6%에서 7.5%로 하락했다.
CGM이 혈당 관리에 효과적이나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다. 10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제품 가격이 5~10만원 수준이다. 1형 당뇨병과 임신성 당뇨병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 지원을 받아 부담이 적다. 그러나 2형 당뇨병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정부도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관점을 바꿔보면 CGM을 통해 환자 발생을 줄이고, 질환 악화를 막을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보험 재정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치료 못지 않게 예방과 관리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권건호 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