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계의 공장' 중국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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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세계의 공장' 중국의 변신

지난해 9월 중국을 방문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은 뜻밖의 행보를 보였다. LVMH가 보유한 루이비통, 디올 등이 아니라 중국 명품 브랜드 매장을 찾았다. 명품 가죽 브랜드 ‘송몬트’에 들러 가방 두 점을 산 뒤 주얼리 브랜드 ‘라오푸골드’ 매장을 약 30분간 둘러봤다. 이곳에서 그는 중국 세공 기술에 감탄했다. 세계 소비재 시장에서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은 더 이상 값싼 복제품을 쏟아내는 공장이 아니다. 전통적 명품 강국인 유럽이 긴장하는 경쟁자”라고 분석했다.

중국 명품의 약진

중국 산업의 성장사는 크게 세 가지 시기로 나뉜다. 첫 시기는 개혁·개방 직후인 1980~1990년대다.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저가 공산품을 대량 생산했다. 다음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직후인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후반까지다. 전 세계 제품을 생산하면서 습득한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브랜드를 베끼며 체급을 키웠다. 이른바 ‘모방의 시대’다. 그리고 지금 중국은 축적된 자본, 기술에 서사와 브랜드를 입혀 직접 명품 문법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황금계 에르메스’로 불리는 라오푸골드가 대표적인 예다. 200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초고가 금 제품을 수공예로 제작한다. ‘중국 왕실의 전통 세공 기술로 제품 하나에 600시간을 들인다’는 식의 서사를 내세운다. 전통과 장인정신을 브랜드 핵심 가치로 포장했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라오푸골드는 중국 명품 시장에서 급성장해 중국 내 에르메스 매출을 추월했다. 중국 명품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중국의 행보는 거침없다. 과거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인 막스마라 코트를 대신 제작하던 하청 공장은 ‘아이시클’이라는 명품 캐시미어 브랜드로 재탄생해 프랑스 파리 증시 상장을 노린다. 2021년 세계 1위 다운재킷 판매 업체로 올라선 보쓰덩은 몽클레르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350개 넘는 매장을 열며 빠른 속도로 유럽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한때 서구 브랜드를 모방하던 중국이 이제 브랜드를 만들고, 필요하면 기존 브랜드를 인수하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애국소비 넘어 해외로

물론 중국 명품의 성장을 ‘궈차오’(애국 소비) 열풍에 힘입은 ‘찻잔 속 태풍’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흥미로운 대목은 중국이 단순히 고가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희소성, 장인정신, 문화적 서사, 브랜드 축적 등 서구 명품이 오랫동안 쌓아온 공식을 집요하게 학습하고 있다. 바이오, 전기자동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등 산업계에서 벌어진 추격전이 소비재 산업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명품의 약진은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K뷰티와 K푸드, K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은 ‘트렌드’와 ‘가성비’란 키워드에 머무르는 측면이 있다. 명품의 세계화는 단순히 비싼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다. 한 사회의 문화와 기술, 미감이 세계의 전범(典範)이 되는 것이다. 한국도 자본과 기술, 문화 측면에서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 K웨이브가 거센 지금이야말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키워낼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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