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제품을 쓰다 보면 퀄리티가 생각 이상으로 좋다. 무엇보다 '싼 맛'에 사는 재미가 있다." 지난해 6월 샤오미코리아가 국내에 최초로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 '미스토어'에서 만난 한 30대 직장인은 샤오미 매력을 묻는 말에 이 같이 답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샤오미의 셈법은 확연히 달라졌다. 제품 전략의 무게추를 '프리미엄'과 '중고가'로 옮기고 있다. 저가 공세로 몸집을 불려온 사업 구조에 균열이 생기면서다. 수요 둔화에 이어 부품 가격 상승이 겹치자 예전처럼 값싼 제품만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싼 스마트폰, 수익성 '빨간불'…샤오미 '직격탄'
샤오미의 고민은 '본업'인 스마트폰에서 먼저 드러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2025년 연간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매출 1864억위안, 출하량 1억6520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2024년) 대비 각각 2.8%, 2%씩 줄었다. 스마트폰 매출총이익률은 10.9%. 회사는 출하량, 평균판매가격(ASP)이 모두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시장 분위기는 더 가라앉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를 보면 올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감소했다. 샤오미는 점유율 12%로 3위를 지켰지만 같은 기간 출하량이 19% 줄면서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이 기간 스마트폰 매출도 상위 5개 업체 중 가장 큰 낙폭(18%)을 보였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기기값 인상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줄자 보급형·중저가 모델 중심 판매 전략을 세웠던 업체들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데 샤오미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톱3' 글로벌 기반은 유지…'프리미엄 전략' 전환
중국·인도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이 1분기 4% 감소할 때 샤오미는 35% 급감했다. 인도 시장도 1분기 출하량이 3% 줄어 6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80개가 넘는 스마트폰 모델 가격이 평균 15% 올라 수요를 끌어내렸다.
샤오미의 글로벌 기반이 약화한 것은 아니다. 샤오미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3.3%로 5년 연속 '톱3'를 유지했다. 중남미·동남아에선 각각 17.5%, 17%로 2위, 유럽·아프리카에선 각각 20.3%, 12.7%로 3위에 올랐다. 58개 국가·지역에서 톱3, 70개 국가·지역에서 톱5에 들었다.
문제는 물량 공세가 더 이상 '수익성'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점. 샤오미가 꺼낸 해법은 스마트폰 고급화 전략이다. 지난해 중국 본토에서 3000위안 이상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비중은 27.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000~6000위안 가격대 점유율은 17.3%, 6000~1만위안 가격대 점유율은 4.5%를 나타냈다. 샤오미가 최근 플래그십 모델인 샤오미17 울트라를 전면 배치한 이유도 '가성비 좋은 안드로이드폰'에 머무르지 않고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함께 파는 전략으로 전환하려는 데 있다.
TV·전기차·가전도 '고급화'·…'비싼 샤오미' 설득력 관건
한국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감지된다. 샤오미코리아는 지난 13일 써머 펑 신임 사장을 선임했다. 펑 사장은 홍콩·마카오 사업을 이끌면서 시장 점유율 확대, 멀티채널 리테일 전략 정교화, 프리미엄 브랜드 포지셔닝 강화 등의 성과를 낸 인물로 알려졌다. 샤오미코리아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한국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과 채널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TV·태블릿·생활가전은 스마트폰 시장 둔화를 메우는 방편이다. 보급형 일변도가 아니다. 미니 LED TV, 태블릿, 웨어러블 등을 앞세워 스마트폰으로 유입한 고객을 더 넓은 생태계 안에 묶으려는 시도다. 이를 통해 객단가를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사물인터넷(IoT)·라이프스타일 제품 매출은 1232억위안으로 전년보다 18.3% 늘었다. 매출총이익률은 23.1%. 스마트 대형가전 매출은 23.1%, 태블릿 매출은 30.2%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샤오미 기기 전 세계 월간활성사용자(MAU)는 7억5410만명, AIoT 플랫폼에 연결된 기기는 10억7920만대에 달했다.
샤오미는 전기차에서도 가격을 낮추기보다 성능을 얹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 EV·AI·기타 신사업 매출은 1061억위안으로 전년보다 223.8% 늘었다. 이 가운데 스마트 EV 매출은 1033억위안. 연간 차량 인도량은 41만1082대로 200.4% 증가했다. 샤오미는 차량 인도 증가, 평균판매가격 상승을 매출 확대 배경으로 설명했다. 신형 SU7 시리즈는 출시 이후 2만6000대가 인도됐고 지난달 23일 기준 구매사양을 확정한 주문은 6만대에 달했다.
샤오미는 올해 싼 제품군으로 시장을 넓히는 대신 더 비싼 제품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스마트폰에선 플래그십과 카메라 경험, TV·태블릿에선 AIoT 생태계, 전기차에선 지능형 주행·고성능 라인업을 앞세우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비싼 샤오미'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따라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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