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법 시행 4년만에…대법, 양형기준 마련 착수
5년내 같은 범죄 저지르면
형량 상하한 모두 높여 적용
중대재해 범죄 유형 신설
상해·사망 별도 형량 마련
공청회 거쳐 최종 확정할듯
대법원이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해 4년여 만에 별도의 양형기준 마련에 나섰다. 사건별 형량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양형위원회는 중대재해를 반복해 일으킨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권고 형량의 하한과 상한을 모두 1.5배 높여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 제145차 전체회의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신설안'을 심의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로 근로자가 숨진 경우 안전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중대재해법 양형기준 첫 신설 추진
양형위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별도의 양형기준을 두려는 것은 선고 형량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법정형의 폭이 넓은 만큼 실제 선고형을 가늠할 수 있는 더 촘촘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법원 관계자는 "양형기준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별도 기준이 생기면 재판부별 판단 차이가 줄고 선고 결과의 예측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법원 양형기준상 산업재해 관련 범죄는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범죄군에서 다뤄진다. 이 범죄군에는 과실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한 범죄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에 대한 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는 별도로 분류돼 있지 않다.
◆ 재범 시 권고 형량 1.5배 가중
양형위는 이 범죄군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를 새 유형으로 포함하고 피해 결과에 따라 중대산업재해치상과 중대산업재해치사로 나눈 다음 각각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중대산업재해치상은 근로자가 크게 다친 경우이고, 중대산업재해치사는 근로자가 숨진 경우에 적용되는 유형이다.
양형위가 중점을 둔 부분은 반복 범죄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람이 5년 안에 다시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권고 형량의 하한과 상한을 모두 1.5배 높이는 방안이 논의됐다. 예컨대 특정 범죄의 권고 형량이 징역 2년에서 4년으로 정해질 경우 재범 때는 징역 3년에서 6년으로 높여 권고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기본 형량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양형위가 법 시행 4년여 만에 별도 기준 마련에 나선 것은 법정형과 실제 선고형 사이를 구체화할 양형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은 별도 기준이 없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의 양형기준을 참고하되 유족과의 합의 여부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노력, 사고 뒤 재발 방지 조치 등 개별 사정을 함께 반영해 형량을 정해왔다.
권영환 법무법인 지평 중대재해대응센터장은 "최근 4년간 대형 사고를 제외하고는 실형이 선고된 판결은 대략 징역 1~2년형이 많은 추세"라며 "반대로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과 중대산업재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된 경우 무죄 선고도 이어지고 있어 현재의 실무 경향도 양형기준에 반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 법인 벌금형·시민재해는 제외
양형위도 지난해 6월 중대재해처벌법의 양형기준 설정을 논의했지만 당시에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고 판결 사례도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론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선고 사례가 늘고 형량 차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별도의 기준 마련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신현일)가 지난 4월 22일 아리셀 화재 참사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1심 징역 15년보다 크게 낮은 징역 4년을 선고하면서 양형기준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거졌다.
이번 논의 대상은 중대산업재해 사건의 징역형으로 한정됐다. 양형위는 선고 사례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인에 대한 벌금형 기준은 제외했고 산업 현장이 아닌 공중이용시설이나 공중교통수단 등에서 발생하는 중대시민재해도 처벌 사례가 없어 신설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양형위는 앞으로 중대산업재해치상·치사 범죄의 기본 형량과 가중·감경 요소를 구체화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양형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유철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장은 "양형기준은 법원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실제 재판에서 형량 판단의 중요한 참고 기준으로 기능한다"면서 "향후 중대재해 사건에서는 유죄·무죄 판단뿐 아니라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구축·이행 여부, 사고 전후의 개선 조치, 재발방지 노력, 경영책임자의 관여 및 점검 등 양형자료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형기준
판사가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표로 같은 죄목에 대해서 재판부별로 형량이 지나치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마련된 제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재판부가 기준에서 벗어난 형을 선고하려면 판결문에 이유를 따로 적어야 함.
[성채윤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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