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원활한 가업 승계를 위해 오너 기업인이 부친에게서 넘겨받은 자산에 대한 상속세를 승계 시점과 자산 매각 시점으로 나눠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최대 50~60%에 달하는 상속세를 승계 시점에 전부 내야 하다 보니 상속세 마련을 위해 경영권을 매각하는 사례가 늘자 재계가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속세 대상의 일부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새로운 상속세 부과 방식을 10일 제안했다. 일부 승계 자산을 자본이득세 대상으로 분류해 취득 시점이 아니라 매각 시점에 내는 방식이다. 대한상의가 제안한 상속세 부과 방식은 납부 시점별 방식, 과세 대상별 방식, 상속가액별 방식 등 크게 세 가지다.
납부 시점별 방식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시점에 물려받은 자산에 대해 일단 상속세 30%를 내고, 나머지 20%는 자본이득세 대상으로 분류해 매각 시점에 부과하게 한다. 승계 직후 집중되는 세 부담의 일부를 주식 매각 시점 이후로 늦추는 것이다. 최대 50%(경영권 관련 주식의 경우 60%)인 상속세율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대한상의의 설명이다.
과세 대상별 방식은 부동산, 채권 등 경영권과 무관한 자산에는 현행 상속세(최고세율 50%)를 유지하되 경영권과 관련한 주식에는 자본이득세(20%)를 적용해 경영권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경영권 관련 주식은 장기 보유 가능성이 높아 상속 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일반 재산과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속가액별 방식은 기준 금액 이하인 경우 기존 상속세를 유지하고 초과분에만 자본이득세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대한상의는 기준 금액을 현행 가업상속공제 한도인 600억원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하이브리드형 세제 방식을 제안한 이유로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며, 최대주주 지분에는 10%포인트를 추가해 60%를 물린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은 상속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4개국에 달한다. 이로 인해 상속세를 피해 한국을 떠나는 부유층은 계속 늘고 있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사 헨리앤드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100만달러 이상 순자산 보유자의 국적 순유출 중 한국은 1200명으로 중국(1만5200명), 영국(9500명), 인도(4300명)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