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대선 앞두고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는
5대 가치 기반 분야별 33개 정책 대안 제시
“정치는 실종되고 사회는 분열되었으며 국민의 소소한 일상은 중단되었다. 정치적 격변은 사회 전반에 깊은 충격을 남겼고, 저출생과 고령화, 청년 일자리 및 주거 문제, 국제질서의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 등 구조적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뒤 최대석 경제사회연구원 이사장의 소집으로 여섯 명의 학자가 모였다. 박지영 원장, 홍용표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통일부 장관), 한준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주인공. 모든 국민이 느꼈을 시대적 문제의식에 공감한 그들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을 토론하기 시작했고 6.3 조기 대선을 앞둔 지난달 중순 ‘UP! KOREA(도서출판 새빛)’라는 단행본을 출간하는 결실을 이뤘다.
책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과학기술 등 거의 모든 정책분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도전, 자부심, 자율성, 안심, 신뢰라는 다섯 가지 가치의 업그레이드라는 콘셉트로 묶어낸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키우고, 희미해져 가는 자긍심을 밝히며, 낮아지는 자율과 책임을 높이고, 불안한 삶을 안정시키며,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전체적인 철학적 관점은 자유주의. 정부는 본래의 책임 영역인 사회안전망 구축에 집중해 국민의 자부심과 안심을 키우고 민간과 시장이 도전정신과 자율성을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해 전체적으로 사회 신뢰를 이루자는 논리다. 연구자 대부분이 대학교수이기 때문에 5대 가치를 실현하는 근저에 배움을 통한 역량강화(learning and growth)라는 방법론이 곳곳에 드러난다. 특히 “자율적으로 혁신하는 고등교육” 분야에서 대학의 혁신을 가로막는 핵심 원인으로 “관료적 통제”를 꼽고 대학 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권한 축소와 폐지를 주장하는 대목은 가히 ‘대학교육 독립선언서’에 가깝다.
23일 서울시 종로구 연구원 회의실에서 만난 한준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어떤 사회에서도 고등교육을 한국처럼 통제하는 나라는 없다”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지킬 때 한국의 교육계도 현재의 한계를 벗어나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교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교육과 학위의 수준과 질을 통제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등록금과 정원 등에 대해서도 교육부의 통제가 제약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교육 서비스의 수준과 운영의 원칙 및 법적 절차 준수를 대학들 스스로 책임지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교육 혁신을 이루도록 교육 당국은 큰 틀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것들은 학교에 맡겨야 지금처럼 교수, 대학교, 학생과 학부모, 기업들 모두 불만족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교수는 또 “현재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도 학교가 아닌 학생과 교수 중심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며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대학들의 퇴장 요건을 완화해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없애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학박사인 박 원장은 “의학 계열을 제외한 이공계 기피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라며 “이는 연구자에 대한 낮은 사회 경제적 보상 때문이며 이로 인한 우수인력 유입 감소는 국가의 성장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융합적 STEAM( 교육을 강화하고 유입, 유지, 성장 등 전주기를 고려한 이공계 인력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원장은 “예를 들면 이공계 인력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일 수 있도록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과학기술뿐만이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등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에 이공계 출신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대학교육의 자율성 확대와 이공계 인력의 참여 확대는 자연스럽게 청년 일자리 창출과 고령화에 따른 은퇴 인력 활용 등 생산인구 구조정의 문제로 이어진다. 청년들의 첫 일자리 진입을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와 함께 대학의 자율성 강화를 바탕으로 한 실무형 교육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은 첨단기술 제조업 육성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의 노동 개혁, 인구감소 시대의 적정병력 유지를 위한 국방정책에도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한 교수는 “대학생 수가 줄어들면 한 명 한 명이 더 귀해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써온 자기소개서만 보면 모든 책을 읽은 것 같지만 대화를 해보면 아무것도 읽지 않은 것 같은’ 상황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의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혁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의 자율성 회복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UP! KOREA’는 이외에도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과 ‘노사 합의에 따른 자율적 정년 연장’을 제안하는 등 여타 정책 분야에도 상세하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담고 있다. 가치에 따른 5장의 33절의 제목 자체가 개별 정책 대안으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래는 상세 목차.
1장 도전(Challenge) UP
1. 전력기반의 AI 생태계 구축
2. Hi-tech 제조업 육성
3. 기술주도 국가 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4. 기술 적용성 확대를 통해 함께 누리는 성장
5. 성장의 기초체력 업그레이드
6. 도전하는 창의적 인재 육성
7. 경력직 채용 중심 시장의 ‘청년 첫 일자리’ 촉진
2장 자부심(Pride) UP
1. 사회적 활력과 혁신을 위한 공공부문의 개혁
2. 집중 지원을 통한 지역 격차 해소로 국토 자부심 고양
3. 좋은 이웃 정책을 통한 주변국 외교 업그레이드
4. 글로벌 외교 내실화를 통한 국익과 가치 증진
5. 전방위적 경제외교 역량 강화
3장 자율성(Autonomy) UP
1. 노사 합의에 의한 자율적 정년 연장
2. 유연안정성을 위한 노동개혁
3. 자율적으로 혁신하는 고등교육
4. 지속가능한 다양성과 창의의 문화
5. 규제와 세제 개혁을 통한 자산의 형성과 세대 간 이전 촉진
4장 안심(Safety) UP
1. 모두를 위한 돌봄 사회 서비스
2. 국민의 재산을 사기와 갈취로부터 지켜주는 책임지는 정부
3. 여성의 안전을 끝까지 보장하는 정부
4. 중대 재난에 신속한 대응
5. 첨단 군사력 건설을 통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억제
6. 인구감소 시대 적정병력 기획을 통한 안정적 국방 유지
7. 군 문화 및 민군관계 재정립을 통한 ‘국민이 공감하는 제2창군’
8.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통일 지향
5장 신뢰(Trust) UP
1. 모든 국민의 인권이 존중되고, 보호받는 사회
2. 모욕과 혐오, 거짓과 왜곡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디어
3. 국가와 사회 기본서비스 제공자의 존엄 수호
4. 이민을 통한 인재 유치와 다양성 제고
5. ‘분권형 대통령제’를 도입하여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성 강화
6. 국회의 행정부 견제기능을 강화하여 민주주의 수평적 책임성 심화
7.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 임명 투명성 강화로 사법부 독립성 심화
8. 다양성과 포용성, 분권화를 강화하는 정치개혁
신석호 동아닷컴 전무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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