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가계의 등록금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다. 하지만 가뜩이나 열악한 대학 재정이 더 나빠져 교육 경쟁력이 추락하고 대학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등록금을 16년 만에 인상한 올해도 연봉 때문에 우수한 교수를 못 데려오는 상황이다. 대학 경쟁력이 더욱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으로 지방 거점 국립대에 과감한 투자가 예고된 상황에서 등록금 규제가 사립대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있다.
“AI 기자재도 못 갖추는 재정난… 대학 경쟁력 더 추락시켜”
등록금 상한선 더 낮춘 법안 통과
“강의실 책걸상도 제때 교체 어려워
첨단 분야 교수 채용은 언감생심… 기업이면 월급 같은데 붙어있겠나”
등록금 상한 해외선 찾기 힘들어… “법정한도라도 올릴수 있게 해달라”
대학 등록금 인상률 기준을 하향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23일 통과되자 대학에서는 ‘대학 경쟁력을 더욱 추락시키는 법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대학생 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서라는 입장이지만, 대학 재정 악화로 우수 교수 채용과 시설 및 연구 환경 낙후, 학생에 대한 비교과 프로그램 저하 등으로 이어져 결국 학생이 피해를 보고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AI 기자재-첨단 교수 채용은 언감생심
정부가 강조하는 첨단 분야 교수 채용에는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서울 주요 대학에서 첨단 분야 교수에게 제시할 수 있는 초봉은 8000만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박사급 인재가 국내 기업에 취업하면 2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대학이 채용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오지 않는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컴퓨터공학 분야로 미국 기업에서 일하는 아들을 둔 부부 교수가 있는데 부모 연봉 합친 것보다도 많이 받는다더라”라며 “교수로 최고 두뇌를 유치하지 못하고 투자도 못 하니 대학은 평범한 교양 교습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법정 한도만큼이라도 올리게” 볼멘소리
법 개정을 추진한 여당은 등록금 인상 한도 축소에 대한 근거를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률의 1.2배는 논리적 근거가 있다기보다 청년 부담을 완화하자는 취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2020년 기준 정부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비율은 43.3%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7.1%)에 한참 못 미친다. 서울의 한 교육학과 교수는 “국내 대학은 정부 지원이 OECD 국가 중 매우 낮아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데 현 상황에서는 발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민지 기자 mi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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