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경선후보 안철수 인터뷰
“尹정부 출범에 책임감 느껴”
“이제 미래보는 과학자 시대”
“첨단 정보통신 초격차 필요”
불체포특권 폐지 등 개헌 찬성
“낡은 사고, 낡은 리더십, 낡은 시스템. 이걸 바꾸는 게 새 정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12년 전 정치계에 돌풍을 몰고 등장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매일경제는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안 의원이 서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 앞에서 출마를 선언한 바로 다음 날이라 비장감마저 느껴졌다.
안철수 의원은 ‘새 정치’를 깃발로 내걸고 18대 대선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정작 정치제도를 개혁할 정점에 오를 기회를 잡지는 못했다. 무소속으로 시작해 제3지대에 머물렀던 이력 때문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안 의원은 이에 대해 “기존의 거대양당에 들어갔다면 쉽게 성공했을 테지만, 제3당으로 존재해야 양쪽에 자극이 될 거라 생각했다”며 “선택해서 어려운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의 지난 대권 도전은 모두 제3지대에서 이뤄졌다. 거대정당 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3당 신화’를 만들며 38석의 의석수를 이끈 정치력을 보여줬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지지기반이 약해 경선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의원은 이런 지적에 대해 “이제 과거를 바라보는 법률가보다는 미래를 바라보는 사업가, 과학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런 사람이 우리나라를 바꿀 수 있다”며 “경선은 이제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윤 정부 출범 책임 느껴”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현한 유일한 후보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출범에 책임을 느낀다”며 운을 뗐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 마지막 윤 전 대통령과 단일화를 하면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범죄 혐의자보다는 정치 경험이 부족한 분을 밀어주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왜 여전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권에 적절하지 않은 후보인지도 거듭 강조했다.
보수진영에서 대통령이 되면 거대야당의 ‘비토크라시’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도 걱정거리다. 안 의원은 “오바마 정부 2기 후반 때,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 장악했었다. 그런데 오바마 정부가 국민이 정말 원하는 정책을 내세우니 양쪽 다 반대를 못 했다. 오히려 소수당인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끌고 갔다”며 “국민에게 다가서는 실제적인 정책들을 내세우고, 여야정협의체를 포함해 야당과 열심히 대화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과거 ‘안풍(安風)’을 일으킨 핵심 요소들도 상기시켰다. 그는 직위에 따른 도덕적 의무(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직접 실현한 유일한 후보다.
PC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회사 안랩 대표 시절에는 ‘K-백신’ V3를 무료 배포하며 PC의 보편화에 이바지했다. 동그라미 재단에 재산을 기부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당시 국정원과도 같이 일했다”며 “간첩을 포함한 내부 정보를 저만큼 많이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 실제로 간첩도 많이 잡았다”고 안랩 시절을 회고했다.
대구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는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대 교수와 함께 대구 동산병원을 찾아 의료봉사에 나섰다. 안 의원은 이때 하루에 약 60명의 환자를 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패권 경쟁 속 ‘빅딜 전략’ 필요
가장 중요한 건 초격차 과학기술 확보
대권 도전의 초심자가 아닌 만큼 비전 제시에도 거침이 없었다. 안 의원은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금융시장 안정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과의 ‘빅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조선업·반도체를 굉장히 필요로 하고 있고, 방위금 분담금을 올리고 싶어한다”며 “기업 투자, 전투기 구매 등 우리의 요구사항을 한꺼번에 모아 ‘빅딜’을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받아낼 몫을 최대한으로 받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의료개혁 문제를 망쳤다”며 “정치에는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적 수준이지만, 필수 진료 의사들이 부족하고 지방 의료가 굉장히 열악하다”며 “법을 고치고 지방 의료원을 만드는 등 투자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먼저 말했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미·중 패권경쟁에서 제일 중요한 건 ‘초격차 과학기술 확보’라고 역설했다. 안 의원은 “지금까지는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초격차 1등이었지만, 그것도 이젠 중국에 거의 따라잡혔다”며 “이제는 다른 분야에서 초격차 1등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원전, 수소 산업, 바이도, K컨텐츠에 대해 ‘산업 정책’을 시도할 때”라며 “박정희 정부 때 경제개발 5개년을 하면서 선박, 철강, 중화학 공업 산업 정책을 펼쳤다. 여기서 일할 사람을 미국에서 월급 3~4배 주며 데려와 양성했다. 지금도 그런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개헌, 국민 기본권 향상·권력구조 개편해야
중대선거구제 도입해 소수당 협상력 높여야
개헌에 대해서는 △국민 기본권 향상 △권력구조 개편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 복지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며 “헌법에 인공지능(AI)은 물론 정보통신(IT)기술에 대한 내용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헌법 44조에 명시된 불체포특권을 폐지하는 등 권력구조 개편 필요성도 강조했다. 안 의원은 “대통령 권한이 강하지만, 국회 권한도 너무 강하다. 300일 동안 30명을 탄핵시켜서 행정부를 마비시키지 않느냐”며 “삼권분립으로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제도에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 의원은 선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한국은 자유통일당 지지자가 당선될 것 같지 않으면 싫어도 국민의힘을 찍는다. 이것부터가 사표”라며 “이렇게 계산하면 우리나라의 사표 비율은 60~70%다. 국민의 3분의 2가 자기 생각과 다른 국회 구성원을 뽑는 셈”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그 대안으로 한 선거구에서 3~4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에서 중대선거구제는 한때 실패했었다. 그 이유는 2명을 뽑았기 때문”이라며 “1명을 뽑으면 국민의힘이 당선되는 지역구에서 2명을 뽑으면 국민의힘 의원이 2명 나오게 된다. 최소 3명 내지 4명을 뽑아야 다른 당이 뽑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어느 당도 절대 과반수를 차지할 수 없고, 소수당이라도 협상력이 생긴다. 이게 바로 정치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반드시 국민의힘 후보가 되어 자격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겠습니다. 당원과 국민들이 이재명을 꺾고, 국민 통합을 이룰 사람이 누구인지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끝으로 ‘이번 대선을 완주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답했다. 결의가 담긴 마지막 한 마디였다. 정치적 비전 제시에는 깊이가 있고, 전 국민에게 도덕성·전문성을 검증받은 유일한 후보. ‘별의 순간’을 움켜쥔 그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