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매경 인터뷰
공동체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
정치시스템 재설계 없인 위험
민주당은 단순 정권교체 넘어
사회통합·공동체 회복 힘써야
한국 사회가 진영 갈등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망국적 지역 갈등을 염려하던 질곡의 시절을 지나자 더 큰 장벽이 나라를 갈라놓았다. 보수 대 진보, 국민의힘 대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대 이재명이라는 이분법이다. 새 질서를 만들어 가려면 새 리더십이 필요하다. 젊은 정치인의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이유다.
매일경제는 최근 장철민 민주당 의원(41·대전 동구)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34·경기 포천가평)을 각각 인터뷰했다. 보좌관 출신인 장 의원은 특정 계파에 속하지 않은 채 합리적 의정활동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민의힘 최연소 지역구 의원인 김 의원은 때론 당론의 반대편에 서면서 균형감을 추구하려고 애쓰고 있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정치의 방향을 들어본다.
비상계엄과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을 거치며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러 날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한국 사회가 힘들게 만들어낸 민주주의 시스템을 어떻게 지켜낼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탄핵 국면은 일단락됐지만 누적된 한국 사회의 균열은 아직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진영 갈등은 국가기관과 헌법 체제에 대한 전면적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는 게 장 의원의 진단이다.
장 의원은 “우리 공동체가 무너지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사회 통합 없이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인 정치 개혁을 통해 여야가 협치를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다층적으로 재설계하자”고 호소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한 소회는.
▷헌법재판소의 주문(主文)이 일상과 상식,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마법의 주문(呪文)처럼 느껴졌다. 결정문에는 헌법과 민주주의, 그리고 대한민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
그동안 민주주의와 국가 시스템 전반에 쌓인 불신이 국민과 역사가 함께 써 내려간 듯한 훌륭한 결정문을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한국 사회의 갈등 수준을 어떻게 보나.
▷‘나라를 반으로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제 사회적 갈등은 정책 논쟁을 넘어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전면적 공격으로 나아가고 있다.
진영 간 배척이 극단화되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처럼 국가 기반 자체를 흔드는 주장까지 나온다. 사회 공동체가 무너지는 단계다. 어떤 식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굳건하게 만들지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상황이 왔다.
―사회 통합이 왜 중요한가.
▷사회 통합 없이는 제도의 신뢰 기반이 붕괴된다. 지금 같은 불신 속에서는 사회적 거래 비용과 경제적 비용이 급격히 늘어난다.
신뢰할 수 있는 사회 제도가 있어야만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고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 사회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통합을 어떻게 이뤄낼 수 있나.
▷민주주의를 다층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은 모든 입법이 국회 중심으로 이뤄져 사회의 세부적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국회 입법은 사회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노동법이라면 기본 틀만 국회에서 정하고, 세부 규정은 노사 합의기구 같은 현장 단위에 권한을 넘겨야 한다. 현장에서 직접 규범을 만들면 신뢰성과 수용성이 높아져 사회 갈등이 줄어든다.
―협치를 유도할 방안은.
▷강제적 협치 모델을 제안하고 싶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6개의 정책을 제시하면 국민의힘도 4개를 제시해 함께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상대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묶어 처리함으로써 국민에게 정치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신뢰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협치를 실현해야 한다.
―젠더 갈등도 심각한데.
▷성 역할의 변화 속도는 빠른데 이에 따른 보상 체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30대 남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집단에서 이제 젠더에 대한 뭔가 불안·불만 이런 것들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거 아닌가 싶다.
젊은 남성들은 병역 의무 등 책임은 그대로인데 사회적 보상은 사라졌다고 느낀다.
이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젠더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성 역할에 맞는 공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늘리는 방법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새로운 정보를 재구조화하는 능력이 20대부터 최고다.
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제안하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면 실질적인 성과가 나는 것을 봤다.
대전 지역 대학생들과 입법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주거권, 건강권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많았다. 청년들의 정책 감각과 문제의식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참여를 일회성이 아니라 제도로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소외계층을 위한 입법 방향은.
▷조직화되지 않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법안을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AI)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 발생하는 불평등 문제도 정치권이 다뤄야 한다. 소외계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사회 통합을 위한 민주당의 역할은 뭔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사회 통합과 공동체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
국민이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다른 정당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