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재계 간담회 어떤말 오갔나
AI 투자·내수활성화 현안 논의
간담회 길어지자 도시락 오찬
류진 회장, 美서 귀국직후 참석
美관세 피해기업 지원 건의도
“대통령님 자서전을 읽어봤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아 그러셨어요? 하하하.” (이재명 대통령)
애초 한 시간가량으로 예상됐던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상견례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예상을 훌쩍 넘긴 2시간20분간 진행됐다. 시간이 길어지자 도중에 도시락으로 오찬을 병행하며 인공지능(AI) 투자, 내수 활성화 등 경제 현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간담회 초반에 첨단전략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언급하던 중 “한 가지 부연해 말씀을 드리면 대통령이 되시고 나서 대통령님 자서전을 읽어봤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반색했고 좌중에서는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 회장이 언급한 자서전은 이 대통령이 2022년 2월 펴낸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로 보인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출간된 이 책에는 어린 시절 소년공으로 일했던 경험부터 인권 변호사,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선 후보에 이르기까지 이 대통령의 인생 여정과 정치 철학이 담겼다.
이 회장은 “제가 (자서전을 읽고) 가장 얻은 것은 우리나라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꿈을 줘야겠다는 것과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것”이라며 “삼성그룹의 모든 사회활동과 공헌활동을 청소년 교육, 낙후된 청소년들이 사회 적응을 빨리할 수 있도록 포커스를 맞춰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서 급거 귀국한 재계 인사도 있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이달 10일부터 13일까지 이어진 미국 출장에서 이날 돌아오자마자 서울 용산구 간담회장으로 향했다.
류 회장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상·하원의원들을 만나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성과를 설명하고 양국 경제 발전을 위한 협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류 회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에게 미국 상·하원의원들과 만남에 대해 이야기하며 한·미·일 3개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이 자리에서 라면 등 생활물가 위주로 상승한 물가로 위축된 내수 회복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국내에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도 제안했다. 아울러 경제계가 앞장서서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이 대통령 국정과제인 인공지능(AI) 강국 실현을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이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AI, 반도체, 바이오 분야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전통산업과 AI의 접목을 통한 생상성 향상과 고임금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또 “산업 안전은 법이 있든 없든 절대 지켜야할 원칙”이라며 “중소기업과 상생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달 2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언급하며 “공통 과제에 직면한 한국과 일본이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할 필요성과 양국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 활동에 대해 일본 정부 차원의 지원을 부탁했다”며 “이것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국익 중심 실용 외교와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미국·중국 중심에서 벗어나 수출입 다변화가 필요하다”며 “문화·콘텐츠 산업은 다른 산업 발전과 연계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도 많이 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이 대통령에게 관세 피해를 입은 수출기업에 대한 파격적이고 신속한 재정·세제·금융 지원 패키지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압력으로 상당수 수출기업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와 철강 업종은 직접적인 타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미국이 세탁기와 냉장고에까지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하는데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피해가 예상된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 회장은 상속·증여세 개선과 규제 개혁 필요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