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면서, 세종시 집값이 꿈틀거리고 있다. 세종시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대통령실이 용산을 떠나 세종시로 재이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긴데 따른 것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기 대선이 오는 6월 3일로 잠정 결정된 이후 일각에서 '대통령실 세종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다.
현재로서 가장 막강한 대선 후보군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진하다 불발한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재추진하고 있어서다.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는 수도를 세종으로 이전하는 내용이 골자인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에 시동을 걸었으나, 헌법재판소가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은 관습법에 해당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리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19대와 20대 대선 과정에서도 대통령실 이전 공약이 화두가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했었고,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 이후 대통령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겼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용산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커진 상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지시를 받고 대한민국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을 이달 중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법에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을 담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헌재에서 위헌성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까지 고려해, 개헌을 통해 행정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방안까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이전은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추진, 대통령 세종 집무실 설치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대표 외에 다른 차기 대권 주자 중에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세종 이전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동연 지사는 지난 2월 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불법으로 쌓아 올린 '내란 소굴' 용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을 제안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3월 중순 대전을 방문해 "청와대, 여의도 국회를 합친 명품 집무실을 구축해 세종시를 국민통합의 장으로 만들자"고 했다.
이런 기대감을 바탕으로 세종시 집값은 최근 하락세를 딛고 보합으로 전환했다. 매매가 늘어나며 일부 단지에서는 한 달 만에 2억원이 뛴 신고가 거래 사례가 나왔다.
세종은 2020년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 1위(35.76%)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21년 6.4% 상승을 기록하더니 2022년 -15.4%, 2023년 -21.9%로 급격한 하락장을 경험했다. 지난해 매매 가격은 2.61% 빠졌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2월 372건에서 3월 684건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년 동기(386건)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거래 가격도 빠르게 회복했다. KB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주간 변동률은 △3월 10일(-0.07%) △3월 17일(-0.06%) △3월 24일(-0.04%) △3월 31일(0.00%)을 기록했다. 3월 다섯째 주 기준으로 매매가격이 보합으로 전환한 것이다.
특히 정부청사 인근 아파트 단지의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다.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 14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 98㎡ 17층 매물은 지난달 20일 9억 1000만원에 거래되며 2월에 이뤄진 직전 거래(6억 3000만원)보다 2억 8000만원 뛰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년간 하락을 거듭하며 가격이 충분히 바닥을 다졌다는 인식이 생긴 데다, 대통령실 및 국회 이전 기대감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