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익스프레스 매각 성공하고도
두달간 긴급운영자금 공방만
홈플 "메리츠가 간청 외면"
메리츠는 "채권자 역할 다해"
20일까지 극적타협 없인 파산
3일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에 대해 회생 폐지 결정을 내린 것은 홈플러스, MBK파트너스,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 모두 예상하지 못했던 '기습 결정'이다. 회생 폐지가 결정되면 남은 경로는 '파산' 외에는 떠올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에 대해 마지막 한 차례 연장 결정도 내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회생 폐지 결정을 한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법원이 답보상태인 긴급운영자금(DIP)의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기 위해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법원은 이날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DIP로 최소 약 2000억원이 필요함에도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계획안이 수행 가능성이 없어 회생 절차를 폐지하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메리츠는 DIP 중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면서 조건으로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보증을 요구한 바 있다. MBK는 이번주 초 법원에 김 회장의 연대보증을 시행하겠다는 의견을 냈으나 이날까지 실제 보증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원은 2주간(14일)의 즉시항고 기한을 추가로 부여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DIP 마련, 홈플러스 잔존 사업부 매각 중 한 가지 과제를 오는 20일까지 해결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4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매각 이후 두 달여간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이 DIP 조달 주체를 두고 공방만 주고받으며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평가한다. 회생안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로 꼽혔던 익스프레스 매각에 성공하고도 남은 과제였던 2000억원 규모 DIP 조달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측은 지난달 9일 국회 비공개 간담회 이후 별도로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월 회생 절차 돌입 이후 매주 주말 양측과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 오히려 DIP 조달이 급한 지난 몇 주간 소통 시도가 없었다"며 "이번 회생계획안도 조달 방안 없이 법원이 인가 시한을 9월까지 연장할 것으로 안일하게 생각했다"고 짚었다.
양측은 회생 폐지가 결정된 이날도 자금 조달 주체를 두고 공방만 이어갔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지난 몇 주간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간청에도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파트너가 제공한 1000억원의 연대보증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금 지원을 거절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메리츠는 "DIP 1000억원 에스크로 예치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채권자로서 역할을 했다"면서 "남은 2주간 MBK는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DIP가 조달되지 않더라도 잔존 사업부에 대한 확실한 인수자가 나타나면 회생 절차가 개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렇게 돼도 2주 내에 해결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홈플러스가 20일까지 DIP 조달과 인수·합병(M&A)을 모두 해결하지 못하면 회생 절차는 폐지가 확정되고 홈플러스는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회생 절차가 한 차례 폐지돼도 재신청은 가능하다. 다만 이미 회생 절차가 불발된 이상 자금 상황이 급속히 나아지지 않는다면 법원이 회생 재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박제완 기자 / 박홍주 기자 / 오귀환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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