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기에 접어들 무렵, 건강검진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음주를 거의 하지 않는 경우에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어 그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이 최근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으로 명칭이 바뀌면서, 이 질환이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질환과 관련이 깊으며 우리나라 성인의 약 40%가 지방간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초기에는 무증상일 수 있지만 이를 방치하면 지방간염, 간 섬유화, 간경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단순 지방간은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지만, 지방간염은 염증반응과 섬유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약물치료 대상이다. 2024년 3월, 세계 최초의 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제인 ‘레즈디프라’가 출시되면서, 약 33조 원 규모의 새로운 의약품 시장이 열렸다.
지방간 및 지방간염 환자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간 스캔(FibroScan)과 같은 비침습적 진단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더 높은 정확도를 위한 혈액 기반 바이오 마커 개발 연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맞춤형 치료를 위해 빅데이터 기반의 연구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부작용이 적은 대체 치료제나 병행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과 함께 한국인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환자에서 간 조직을 분석해 DNA 메틸화를 기반으로 한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확인했다.
특히, 지방간이 지방간염으로 악화하면서 보체 시스템 유전자들의 DNA 메틸화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보체가 면역반응을 넘어 염증 해소, 세포 사멸, 혈관 생성, 상처 치유, 줄기세포 활성화, 조직 복구 등 생리 과정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 연구는 106명의 간 생검의 DNA 메틸화 분석 결과 6개의 과메틸화 보체 유전자와 3개의 저메틸화 보체 유전자가 지방간염 샘플에서 유의미한 메틸화 변화를 확인했다.
이러한 메틸화 패턴은 간 지방증, 소엽 염증 등과 높은 상관관계를 확인했고 보체 유전자의 메틸화가 주로 지방간염 상태에 영향을 받으며 DNA 메틸화 상태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 진행의 핵심 메커니즘 중 하나로 보체 시스템 유전자들의 메틸화 변화를 제시했다. 앞으로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변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표적 치료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지방간이 단순 질환에서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 기술 개발은 앞으로도 중요한 연구가 될 것이다. 본 연구팀은 후성유전학적 변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한 표적 치료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유전자치료를 사람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DNA 메틸화를 통한 유전자조절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미래에는 고위험성 지방간염의 맞춤형 치료 가능성에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