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도 헌재소장도 없었다”…'내부행사' 전락한 법의날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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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연설을 진행하고 있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 사진제공=법무부

기념연설을 진행하고 있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 / 사진제공=법무부

법무부가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한 제62회 법의 날 기념행사가 주요 법조 인사 없이 조용히 치러졌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아예 초청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고, 대한변호사협회장도 불참하면서 ‘법조계 대표 행사’라는 상징성마저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행사는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 3동 지하 대회의실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주재로 열렸다. 유공자 포상과 법무부 장관 기념사 등 최소한의 순서만 진행됐고 전체 행사 시간은 40여분에 불과했다. 행사장을 찾은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국장 등 법무부 내부 인사들 위주로 자리가 채워져 분위기가 매우 썰렁했다”고 말했다.

주요 법조계 인사 불참...반쪽된 "법의날 기념식"

예년과 비교하면 행사 규모는 물론 상징성에서도 크게 축소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제61회 법의 날 행사는 대검찰청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고, 조희대 대법원장, 이종석 당시 헌재소장,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이원석 검찰총장, 김영훈 변협회장 등 법조계 핵심 인사 약 300여 명이 참석했었다. 특히 주요 인사들이 연설에 나서며 법치주의의 가치를 되새기는 상징적인 행사로 진행됐다.

반면 올해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김형두 헌재소장 권한대행 모두 초청받지 못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불참한 것이 아니라 초청 자체가 없었다”고 밝혔고 헌재 측도 “김 권한대행도 초청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김정욱 회장도 참석하지 않고 이재헌 선임부회장이 자리를 대신했다. 최근 로스쿨 입학정원 감축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협회와 법무부 간 미묘한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행사 축소가 박성재 장관의 정치적 부담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탄핵소추안이 기각되긴 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박 장관이 작년처럼 대법원장, 헌재소장 등 법조계 각 인사를 초대해 성대하게 행사를 치르기엔 부담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장관은 ‘12·3 비상계엄 문건’ 관여 의혹으로 올해 초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이 됐고,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0일 이를 기각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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