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잔여 백신을 접종 대상이 아닌 부시장 등에게 접종하도록 지시한 충남 당진시 보건소장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방조 혐의로 기소된 당진시 보건소장 이모씨와 감염병관리과장 정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씨와 정 씨는 2021년 4월부터 6월 사이 당시 당진시 시장 직무대행이었던 부시장과 해외 출장 예정 축협 직원, 그리고 보건소 운전직 공무원 2명에게 질병관리청 지침상 접종 대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위 공무원들에게 지시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권한을 남용해 보건소 직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당시 정부 정책에 따른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는 ‘75세 이상 어르신과 노인시설 입소자·이용자’였다. 미접종자가 발생하는 경우 잔여 백신을 예비 명단에 포함된 사회 필수인력, 접종 기관 근무자 등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피고인들이 감염병 대응과 백신 폐기 최소화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재량권 내에서 판단한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 특히 해당 예방접종 지침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법령’이 아닌 ‘행정 지침’에 불과하며, 현장에서의 접종 대상자 등록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된 점도 주요 근거가 됐다.
1심 재판부는 “접종 지침은 국민 건강 증진과 백신 폐기 최소화를 위한 방편일 뿐, 접종 가능 인원을 예비명단으로 한정하는 구체적 열거 규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접종된 대상자들이 공무상 코로나 확진자 접촉 가능성이 높거나 해외출장이 예정돼 있던 등 일정 부분 공익성과 긴급성이 인정된 점도 고려됐다. 이 씨와 정 씨가 접종을 지시한 배경에 개인적 이익이나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대법원도 이 같은 하급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