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단순 사과는 시효이익 포기로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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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23 06:00 수정2025.09.23 06:00

대법 "단순 사과는 시효이익 포기로 볼 수 없어"

채무자의 사과나 채무 인정만으로는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자가 갖게 되는 ‘시효이익’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시효 완성 뒤에는 시효이익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의사표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공사대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원고 A씨는 2013년 8월 1일 피고 B씨로부터 경남 거제시 소재 토지에 숙박시설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그해 12월 26일 공사를 완료했다. B씨가 총 공사대금 10억1200만원 중 9억6050만원만 지급하자 A씨는 지급되지 않은 5150만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2019년에 제기했다.

문제는 이 청구가 소멸시효(3년) 완성 뒤 제기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B씨가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면 법원이 강제로 지급을 명하기 어렵다. 다만 A씨는 2023년 11월 11일 B씨 대리인이 “제가 안 드렸다”고 여러 차례 사과하며 미지급 사실을 인정한 점을 근거로, B씨가 시효 완성 후 시효이익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고 잔액 지급을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인용했고, 2심도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두 재판부는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시효(3년)가 완성됐더라도 시효 완성 후 채무 승인이 있으면 시효이익 포기가 추정된다는 기존 법리에 따라, 피고 대리인의 사과와 미지급 인정 발언을 근거로 시효이익 포기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채무 ‘승인’은 시효 완성 이전의 개념이고, 시효이익 ‘포기’는 시효 완성 이후 별도의 효과의사가 필요한 독립한 법률행위”라며 “단순한 사과나 채무 인식만으로는 시효이익 포기를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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