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이정윤 기자] 원화 값이 하루에 30원 넘게 오르내리면서 마치 주식시장의 ‘작전주’처럼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말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외부 충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취약한 펀더멘털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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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정훈 기자) |
13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야간장을 1421원에 마쳤다. 지난 11일 오후 정규장(오후 3시 30분) 종가인 1449.90원보다 28.9원 떨어진 것이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급락한 탓이다. 정규장에서 1457.2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야간장에서 1420원까지 떨어지며 37.2원의 변동폭을 기록했다.
비단 이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달 들어 원·달러 환율의 하루 평균 변동폭은 19.74원으로 전월(9.79원)의 2배 가까이 뛰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1430원까지 내려갔다가 8일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리스크에 1480원을 돌파하는 등 대내외 변수에 크게 휘둘리는 양상이다.
최근 환율 변동성은 그야말로 전례 없는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예기치 않은 비상계엄 사태로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됐던 지난해 11월 이후로만 봐도 일평균 변동폭은 △2024년 11월 11.79원 △12월 11.5원 △2025년 1월 12.46원 △2월 9.79원 등이다. 이번 달처럼 거의 20원에 가까운 진폭을 보인 적이 없었다. 직전에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던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에도 하루 평균 변동폭이 11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몇달 간 환율 변동성이 얼마나 큰 지를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높은 환율 변동성이 대내외 재료, 특히 악재에 취약한 원화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했을 때보다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발표했을 때 환율이 더 크게 올랐다”며 “수출 측면에서도 그렇고 원화가 위원하에 민감하다 보니 원화 가치가 미·중 간 긴장감을 가장 크게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의 변동성은 정상적인 범위가 아니다”라며 “우리 외환시장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급격한 변동성이 앞으로도 더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환율 변동폭은 징중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계산한 것으로, 오전 9시부터 야간장 마감 시간인 다음날 새벽 2시를 하루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