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공기관과 스타트업 서비스 경쟁, 윈윈 방안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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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들이 스타트업의 업무 영역과 겹치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민간기업의 설 자리를 뺏는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을 위해 무상으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공공기관들의 장점이지만 스타트업들은 기존에 없던 창업 아이템으로 개척한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민간이 틔운 혁신의 싹을 공익성을 앞세워 망가뜨린다는 항변인 셈이다.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는 것은 국세청의 종합소득세 환급서비스(원클릭), 보훈복지의료공단의 요양가족용 정보공유 앱(보훈 톡톡), 금융감독원의 금융사 등록주소 자동 변경(금융 주소 한 번에)등이다. 이 중 원클릭은 삼쩜삼, 토스인컴과 같은 세금 환급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스타트업들과 업무 영역이 겹친다. 보훈 톡톡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모드니케어의 앱 ‘안부’와 이용자 및 기능이 거의 같다. 보호자가 요양 병원 환자의 일상 생활을 사진으로 확인하고 면회 예약도 할 수 있는 점 등에서 차이가 없다.

이용자인 국민 입장에서는 선택 폭이 넓어진 데다 편리한 서비스를 무료로 골라 쓸 수 있게 돼 반갑기 그지 없다. 지난달 말 선보인 원클릭에 1주일 만에 40만명의 이용자가 몰린 것이 단적인 예다. 하지만 문제는 민간기업이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 일군 시장이 겨우 자리잡기 시작할 때 닥치는 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세금 환급 서비스 스타트업들의 경우 계속 적자를 보다가 작년에야 흑자로 돌아섰다고 한다. 누적가입자 2300만 명의 삼쩜삼이 102억원, 800만 명이 이용하는 토스인컴이 9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게 전부다. 2022년 10월 사업을 시작한 모드니케어는 2023년 보훈톡톡이 등장한 후 현재 거의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민간기업의 독과점, 담합 등으로 인해 국민이 입을 피해를 정부, 공공기관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전문 지식과 열정을 바탕으로 신시장 개척에 온 힘을 쏟아부은 스타트업의 꿈과 희망이 공공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민간의 창업 아이템에 대한 합당한 대가 지불 또는 제도적 지원 등 혁신의 씨앗을 지켜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민의 편익과 스타트업의 꿈을 함께 키울 지혜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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