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대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침체 장기화, 글로벌 통상질서 변화 등으로 채용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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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부산 남구 국립부경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PKNU 드림 잡 페어’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기업인사 담당자들과 채용 상담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응답기업 121곳 중 62.8%는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거나 채용이 없다고 답했다. 채용계획 미수립 기업은 38%, 채용이 없는 기업은 24.8%였다.
올해 하반기 채용 ‘없음’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17.5%)보다 7.3%포인트 늘어났고, 채용계획 ‘미정’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2.0%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37.2%) 중 전년 대비 채용 규모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은 37.8%, 줄이겠다는 기업은 37.8%, 늘리겠다는 기업은 24.4%로 나타났다. 2024년 하반기 조사와 비교하면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은 20.2%포인트 늘었고, 채용을 늘리겠다는 기업은 6.8%포인트 늘었다.
채용계획이 없는 기업 비중이 크게 늘고,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 비중도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 채용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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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경제인협회) |
기업들은 신규채용을 하지 않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및 기업 수익성 악화 대응을 위한 경영 긴축’(56.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등 비용 부담 증대(12.5%)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고환율 등으로 인한 경기 부진(9.4%) 순으로 응답했다.
업종별 신규채용 계획을 살펴보면, 올해 하반기 채용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건설·토목(83.3%) △식료품(70.0%) △철강·금속(69.2%) △석유화학·제품(68.7%) 순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건설업 침체 장기화, 식료품 원가 부담과 내수 부진,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글로벌 공급과잉 및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건설업·식료품·철강·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현장에서는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관련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32.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구체적으로 ‘요구수준에 부합하는 인재 찾기 어려움’(29.4%), ‘신산업·신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 인재 부족’(2.9%)으로 나타났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최근 노동조합법·상법 개정으로 경영환경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각종 규제 완화 및 투자 지원 등을 통해 기업들의 고용 여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