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병원 신생아 학대 피해’ 父는 MMA 챔피언... “왜 그랬는지 묻고싶다”

22 hours ago 2

국내 단체 챔피언... 정찬성도 SNS로 분통 터뜨려
간호계 종사자, "감염·낙상 위험 큰 행동"
피해 신생아 父 "가해 간호사에게 사과 못 받아"
"가해 모습 상상되는 등 이미 트라우마 생겨"
병원 측, 5일 유튜브로 사과 영상 게재

  • 등록 2025-04-06 오전 11:01:48

    수정 2025-04-06 오전 11:01:48

[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최근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 벌어진 중환자실 신생아 학대가 사회적 지탄을 받는 가운데 해당 신생아의 아버지가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들이 SNS에 올린 사진. 사진=피해 신생아 아버지 제공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들이 SNS에 올린 사진. 사진=피해 신생아 아버지 제공

피해 신생아 아버지 A 씨는 이데일리를 통해 “(가해 간호사에게) 왜 그랬는지 묻고 싶다”며 “(가해 장면을) 상상하게 되고 트라우마 속에 산다”고 분노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해당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B 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환자실 환아를 맨손으로 무릎에 앉히거나 끌어안은 사진과 함께 “낙상 마렵다”(낙상시키고 싶다), “분조장(분노조절장애) 올라오는 중” 등 상상할 수 없는 문구 등을 올렸다.

A 씨의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건 지난 3월 24일. 이들 부부의 첫 아이다. 세상에 나온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도 전인 불과 5일 만에 이런 일을 당했다.

A 씨는 “(아이의) 산소포화도가 낮아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하루 뒤 청색증과 황달이 와서 치료 중이었다”며 “제대로 된 수유를 못하는 상황이라서 관 수유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이를 마음대로 인큐베이터에서 꺼내서 산소 공급하는 호스도 뺐다”며 “멸균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아이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신생아 목을 뒤로 젖혀놨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들이 SNS에 올린 사진. 사진=블라인드

현직 간호계 종사자에게 사진 속 장면에 대해 묻자 “감염 위험성, 위생 등의 이유로 멸균 가운, 장갑 착용은 필수”라며 “사진에 나온 것처럼 그냥 유니폼만 입고 환아를 안는 행위는 감염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환아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한 손으로는 키보드를 만지는 행위는 낙성 위험성이 크고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대처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A 씨는 종합격투기(MMA) 선수다. 국내 단체 챔피언을 지낼 정도로 실력을 갖췄다. 해당 사건이 알려졌을 때 UFC에서 활약했던 ‘코리안 좀비’ 정찬성 ZFN 대표는 SNS에 “세 아이의 아빠로서 동생(A 씨)과 아기 엄마가 얼마나 속상할지 상상도 안 간다”며 “이렇게라도 알려 제대로 된 후속 조치를 원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 외에도 많은 MMA 선수가 SNS를 통해 A 씨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

A 씨는 이름을 밝히는 걸 원치 않았다. 직업, 사진 공개 등을 허락하고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면서도 이번 일에는 그저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가족의 가장으로 임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 피해 신생아 아버지(왼쪽)와 정찬성(오른쪽) ZFN 대표. 사진=피해 신생아 아버지 SNS
UFC에서 활약했던 정찬성 ZFN 대표가 SNS에 올린 사진. 사진=정찬성 SNS

상상도 못 한 고통 속에서도 많은 응원을 받는 A 씨지만 병원의 태도는 그를 더 분노하게 했다. 피해 사실을 알고 처음 병원을 방문했던 A 씨는 “센터장, 전문의, 간호부장, 수간호사 등은 정말 진정성 있게 사과했다”며 “학대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 보상까지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이후에 최고 경영자로부터 위임받았다는 팀장을 만났는데 ‘개인의 일탈’이라고 말하며 학대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후 A 씨는 병원장과 면담을 통해 대국민 사과 등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병원 측은 4일 입장문을 내고 “철저한 조사와 함께 적극적인 후속 조치 및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충격과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A 씨와 약속했던 대국민 사과는 없었다. A 씨는 “이게 대국민 사과가 맞느냐?”고 반문한 뒤 “입장문 안에서도 병원의 잘못에 대한 내용은 없고 그저 간호사 한 명으로만 몰아갔다. 구체적인 향후 방안에 대한 말도 없었다”고 전했다.

전날 나눴던 말과 다른 대응이 나오자, A 씨는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돌아온 대답은 ‘이게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는 최선이다’였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들이 SNS에 올린 사진. 사진=피해 신생아 아버지 제공

현재 A 씨는 생계를 뒤로 한 채 이번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가해 간호사의 사과는 받았을까. A 씨는 “받지 못했다. 아무런 연락도 받은 게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어 “병원 측도 간호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씨의 아이는 곧장 다른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출산 후 회복 중인 아내 역시 안정을 찾고자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A 씨는 “이미 우리 가족에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CCTV 등 확인할 수 있는 게 없다. (가해 상황이) 계속 상상되고 그런다”며 지울 수 없는 고통을 전했다.

A 씨는 확실한 대책과 가족에 대한 피해 보상을 원한다면서도 “책임 소재를 비롯해 이미 전에 약속을 해놓고 말을 바꾼 상황이기에 또 어떻게 나올진 모르겠다”고 씁쓸해했다.

A 씨에게 가해 간호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왜 그랬는지... 도대체 왜 그렇게 살았는지 묻고 싶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윤영 대구가톨릭대병원장의 사과 영상. 사진=대구가톨릭대병원 유튜브

한편, 병원 측은 대국민 사과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5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식 사과 영상을 게재했다. 김윤영 병원장은 “소중한 자녀를 믿고 맡겨주신 부모님들께 크나큰 충격과 상처를 안겨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가해 간호사를 즉시 업무에서 배제하고 중징계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간호사 세 명이 추가로 학대 의혹을 받는 가운데 김 병원장은 “추가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다루겠다”며 “모든 교직원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더불어 병원 시스템과 조직 문화를 점검해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