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를 찾아 나선 항해
사용자성과 노동쟁의 범위를 확대한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조합의 원청을 상대로 한 단체교섭 요구가 폭증하고 있다. 이는 마치 대항해시대가 열리며 탐험가들이 새로운 항로와 미지의 대륙을 향해 나아갔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우리는 노동관계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대교섭시대’의 초입에 서 있다.
대항해시대의 탐험가들이 새로운 약속의 땅을 발견해 나갔듯이, 대교섭시대의 노동조합 역시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를 찾아 나섰다. 일단 사용자를 찾고 나면 교섭의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의 범위 또한 점차 확장시킬 것이다. 과거에는 사용자와 직접 근로관계를 맺은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사이로만 한정되었던 교섭이, 이제는 원·하청 구조를 비롯한 공급망 전반으로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이 당면할 교섭의 빈도와 범위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체결되는 단체협약의 수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확장되는 교섭의 항로와 다가올 폭풍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양적 증가에 그치지 않고 교섭의 질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노동조합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GM, 포드 등 주요 자동차 회사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보면, 기본협약만 수백 페이지에 이르고 다수의 부속합의서가 결합된 고도로 정교한 법률문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합의문이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를 체계적으로 조정하는 하나의 ‘법률적 설계도’라 할 수 있다. 노사 양측의 노동전문 변호사들은 교섭 전략 수립과 협약 문구 작성 전반에 깊이 관여하며, 교섭과정을 설계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많은 경우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야 변호사가 개입하는 사후적 대응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교섭 구조가 다층화되고, 체결해야 할 단체협약이 급증하게 된다면 이러한 접근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교섭 범위의 확대와 교섭 방식의 다양화는 곧 분쟁 가능성의 증가로 이어질 것인데, 쉽게 생각했던 모호한 협약 문구 하나가 향후 분쟁의 결과를 좌우하게 될 수도 있다.
항해를 설계하는 변호사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이제 변호사는 더 이상 분쟁 발생 이후에 투입되는 해결사가 아니라, 교섭의 초기 단계부터 구조를 설계하는 전략가 역할을 해야 한다. 사용자성에 관한 법리 검토, 교섭 의제의 설정, 협약 체계 및 문구의 구성 등에 대해 변호사들이 사전적으로 충분할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교섭 과정은 물론이고 단체협약 체결 이후에도 잠재적 분쟁을 예방하고, 노사 간 합의를 보다 안정적으로 제도화하고 운영할 수 있다.
대교섭시대의 도래는 단체교섭을 고도의 법률적·전략적 판단이 요구되는 분야로 변화시키고 있다. 작은 섬과 항로의 발견에서 시작된 대항해시대가 결국 신대륙의 발견으로 이어졌듯이, 실질적 사용자를 찾아 나선 작은 하청노조의 한정된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요구에서 출발한 변화가 장차 고도화된 산별교섭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변호사는 교섭의 주변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그 방향을 설계하는 핵심 주체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광장 노동산책]에서는 법원·검찰·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분야 출신의 인사·노무 전문가가 기업이 직면하는 복잡한 노사 현안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법리적·실무적 착안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김영진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을 끝으로 법관생활을 마치고 2023년부터 광장 노동그룹 및 송무그룹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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