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사조·CJ제일제당 등 4곳
8년간 가격·거래처 입찰 담합
檢, 전현직 임직원 25명 기소
일부 직원들 증거인멸 정황도
과당 가격은 최대 64% 상승
소비자에 고스란히 부담 전가
각종 식품에 사용되는 전분당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담합 행위를 벌이다 검찰에 적발됐다. 이는 국내 식료품 담합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담합이 이뤄진 기간에 전분당 가격은 60~7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가 23일 대상, 사조CPK, CJ제일제당 등 전분당 업체 3개 법인과 각 사 대표이사, 전현직 임직원들, 한국전분당협회장 등 2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상 사업본부장 김 모씨는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삼양사는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리니언시)에 따라 기소에서 제외됐다.
전분당은 전분을 산 또는 당화효소로 가수분해하여 얻은 당류로 만든 감미료로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이 대표적이다.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 가공 과일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에 사용된다. 국내 전분당 시장은 대상·사조CPK·CJ제일제당·삼양사의 4개 업체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과점 시장이다.
검찰 조사 결과 4개 업체는 2017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8년3개월 동안 총 10조1520억원 규모의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전분당 가격을 짜고 올린 일반 담합 규모는 7조2980억원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서울우유·한국야쿠르트·농심·오비맥주·하이트진로·포스코의 6개 대형 실수요처를 상대로 한 입찰 담합 규모는 1조160억원이 더해졌다. 또 대상·사조CPK·삼양사의 3개 업체는 전분당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가격까지 매달 공동으로 정한 뒤 거래처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규모 역시 1조83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담합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동안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담합 이전과 비교하면 전분 가격은 최대 73.4%, 과당류 가격은 최대 63.8%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전분당 제품 가운데 대표 품목인 물엿의 소비자물가지수는 같은 기간 39.05%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16.61%를 크게 웃돌았다.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의 영업이익률 역시 다른 식품업체들이 통상 4~5%에 머무는 것과 달리 1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정황도 포착됐다. 검찰은 대상 임직원들이 “나도 휴대폰 바꿔야 하나” “휴대폰 파쇄기에 넣고 갈아야지”라고 대화한 내용을 확보했다. 또 압수수색을 받은 다른 기업을 두고 “수첩이니, 컴퓨터니, 자료니 이런 게 거기서 다 나와버렸대” “우리처럼 훈련이 좀 됐어야 되는데”라고 말한 통화 내용도 확인했다.
대상의 사내 가이드북에는 “‘설마 사내 메신저나 휴대폰까지 조사하겠어?’라는 생각을 버리고, 본인 업무와 관련한 모든 커뮤니케이션 내용이 담합의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까지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상 임직원들이 “어제 회사에서 교육을 받았는데, 담합으로 인해 실형을 산 사람은 없고 집행유예로 다 빠졌다고 하더라”고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공정거래 사건에서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수사 인력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공정위 인력이 167명 증원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공정거래 형사사건을 담당할 수사인력 역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현 정부 들어 가격 담합 수사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담합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며 국민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 존재”라며 “제재의 내용도 형사처벌 같은 형식적인 제재가 아니라 경제 이권 박탈 같은 실질적인 경제 제재가 돼야 한다”고 엄벌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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