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인간이 ‘쓸모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커졌어요. 그런데 한편으로 우리 사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누군가를 단호히 ‘쓸모없다’고 판단해오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죠.”
한국 공상과학(SF)의 대중화를 이끈 작가 김초엽(33)이 이번엔 ‘쓸모’의 역설을 들고 돌아왔다. 최근 펴낸 소설집 ‘해파리 만개’(마음산책)는 인간 중심의 질서 바깥에 놓인 존재들을 통해 ‘쓸모’와 ‘기능’의 의미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그가 그려낸 세계에서 목적 없이 부유하는 해파리는 도시의 질서를 흔들고, 쉽게 흩어지는 모래는 찰나의 순간을 붙드는 존재가 된다.
12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쓸모’라는 말은 그 잣대가 스스로를 향할 때 유독 더 섬뜩하게 다가온다”며 “우리가 무엇을 밀어내왔는지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바로 밀려난 존재는 아닌지’를 생각해보는 일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가 도래한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쓸모’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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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초엽 작가(사진=마음산책). |
‘정상’의 바깥으로 밀어낸 존재들 조명
김초엽 작가는 포스텍(POSTECH)에서 화학을 전공한 과학도 출신이다. 2017년 단편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과 가작을 동시에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후 젊은작가상, 한국출판문화상, 은하상 최우수외국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장애와 질병, 비주류 존재,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등 사회가 ‘정상’의 바깥으로 밀어낸 존재들을 꾸준히 조명해왔다. SF 장르를 통해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하고,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공감과 연대의 감각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폭넓은 독자층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소설집 역시 상상력을 자극하면서도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소재들이 눈길을 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개발됐다가 폐기된 인공의식 ‘네모’, 우주선에 불시착해 눈물을 전파하는 애물단지가 된 ‘젤리’, 인간과 교감하는 기이한 생명체 ‘골렘’, 접촉하는 순간 낯선 감각과 생각을 주입하는 ‘끈적이’ 등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이 같은 존재들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인간 중심의 기준과 질서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인간과 많이 다르고, 때로는 무력해 보이는 존재들을 전면에 내세웠다”며 “‘나와 다르지만 공존해야 한다’가 아니라, 사실은 그 존재들과 내가 그렇게까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감각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제목이 된 ‘해파리’는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와의 협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김 작가는 “해파리는 적극적으로 먹이를 찾아 움직이기보다 물의 흐름을 따라 떠다니는 느긋한 생물로 여겨진다”면서도 “때로는 해수욕장을 폐쇄시키고 발전소와 어장을 멈춰 세우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지 많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인간 사회를 흔드는 ‘해파리 만개’ 현상에 관심이 갔다”며 집필 계기를 밝혔다.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김 작가는 “인간으로서 추구하고 싶은 가치가 바로 인간다움”이라며 “그것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잃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겨우 지닐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호기심과 연민, 경이에 감탄할 수 있는 능력 역시 중요한 가치”라고 전했다.
“‘개인은 세계를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이 SF 안에서는 조금 옅어진다”는 그의 말은, 어쩌면 우리 안의 ‘밀려난 감정’을 향한 위로처럼 들린다. 김 작가는 “SF는 미래를 예측하는 장르라기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하나의 재료처럼 다루는 장르”라며 “소설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나면, 현실로 돌아왔을 때 우리 삶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금은 가늠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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