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여전한 보수적 여신 기조
정부 생산적 금융 드라이브에
대출 1년새 17조원 증가에도
신생기업 자금난 오히려 심화
올해 담보대출 비중 90% 육박
취약 중기 어려움 가중될 수도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에서 연 3% 미만 저금리 대출 비중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 7% 이상 고금리로 실행된 중소기업대출은 1%대 초반으로 쪼그라들어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강화 기조에 중소기업대출이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은행권 중소기업대출이 신용도가 높거나 담보가 확실한 우량 중소기업에만 쏠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신규 취급된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금리가 연 3% 미만인 저금리 대출 비중은 12.1%로 집계됐다.
지난해 8.2%보다 3.9%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3% 미만 대출 비중은 고금리 충격이 본격화한 2023년 0.6%까지 떨어졌지만 2024년 1.6%, 2025년 8.2%로 회복된 뒤 올해 다시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금리로 분류되는 연 7% 이상 대출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연 7% 이상으로 취급된 신규 중소기업대출 비중은 올해 1.2%로, 3% 미만 대출 비중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7% 이상 대출 비중은 2023년 4.7%에서 2024년 2.7%, 2025년 1.1%로 낮아진 뒤 올해도 1%대 초반에 머물렀다.
최근 2~3년의 장기 흐름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저금리 대출 비중 확대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대출금리 분포 전체가 낮은 금리대로 이동하면서 3% 미만 구간이 두꺼워졌다는 것이다.
다만 이례적인 대목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시장금리가 반등하는 국면에서도 오히려 최저금리 구간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유가 상승발 인플레이션 우려, 한미 금리 차 확대 등으로 국고채 금리가 오르는 와중에도 가장 낮은 금리대 대출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우량 중소기업에 집중적으로 낮은 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대출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5월 말 666조7411억원에서 올해 5월 기준 684조4572억원으로 1년 만에 17조7161억원 늘었다. 이처럼 중소기업대출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저금리 대출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중소기업대출 증가세가 그만큼 우량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담보와 보증을 중시하는 은행권의 보수적 여신 관행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4대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가운데 담보대출 비중은 2023년 84.5%에서 2024년 85.5%, 올해 1분기 86.0%로 꾸준히 상승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중소기업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은행은 리스크 관리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적은 이자를 받는데도 우량기업에 대출을 확대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중소기업 전반의 신용 위험 상승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면서 은행으로서는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은 올해 2월 말 0.92%로 전년 동월(0.84%)보다 0.08%포인트, 전월(0.82%)보다 0.10%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기업대출 연체율(0.19%)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은행권에선 이 같은 선별 대출이 중소기업 내부의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보와 신용도가 충분한 우량기업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자금 사정이 더 급한 취약 중소기업은 대출 문턱 자체가 높아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는 불가피하지만 자금 공급이 우량기업에만 쏠릴 경우 생산적 금융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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