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 홍보대사 된 김규리
한국혈액암협회 주관 응원 캠페인
내달 6일까지 5만 명 서명 목표
담도암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통로인 담도에 생긴 암을 말한다.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어 진단 시 이미 전이된 경우가 많다. 예후가 좋지 않고 사망률이 높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2년 담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9.4%로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
‘담도암 명명백백(冥明百百)’은 한국혈액암협회가 담도암 환자를 응원하고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다른 암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담도암 환자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 12일 기준 1만3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5만 명 서명이 목표다.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서명에 동참할 수 있다.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담도암 명명백백 홍보대사인 배우 김규리 씨를 북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씨는 2003년 담도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머니가 담도암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종합병원 세 곳에서 검진받았지만 이렇다 할 진단을 받지 못해 소화제만 복용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증상이 악화해 병원을 다시 방문한 후에야 담도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담관에서 담도로 전이된 상태였으며 수술이나 적극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남은 시간이 5개월 정도라는 말을 들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저희 어머니처럼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다고 알고 있다. 당시 아주 혼란스러웠다. 초음파검사를 받은 이후 의사에게 어머니가 암일 가능성이 높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믿기 어려웠다. 암 확률이 95%라는 설명에 나머지 5%의 가능성은 없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일주일 뒤 어머니는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자택에서 요양했다. 암은 면역력을 크게 떨어트려 작은 문제로도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어머니도 비슷한 이유로 예상보다 빠르게 저희 곁을 떠나셨다. 담도암은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아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 병상에서 어머니를 간호하며 담도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질환인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고 환자와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었다.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담도암 환자의 입장에 깊이 공감하게 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
“담도암 치료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 어머니가 치료받았던 시점에는 적절한 치료제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효과를 확인한 신약이 허가돼 있음에도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혁신적인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이 담도암 1차 치료에 허가돼 있지만 1년 치료에 1억∼1억5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국내 담도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도 타 암종 대비 낮은 치료 접근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캠페인 홍보대사로 참여하며 느낀 소감이나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 지 어느덧 두 달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최근 출연한 영화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이 기회를 활용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캠페인을 소개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관련 영상을 게시했다. 이후 여러 환자와 가족이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담도암을 널리 알려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줬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남은 이야기는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는 환자의 사연이었다. 삶과 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현재 투병 중인 환자나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이 있다면….
“매우 조심스럽지만 환자와 가족 모두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특히 가족과 보호자는 자신의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족이 든든하게 버텨줘야 환자도 힘을 낼 수 있다. 어머니를 간병했던 물리적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심리적으로는 5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 시간을 통해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삶 전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직접 느꼈다. 형제가 많아 돌아가며 간호했던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힘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상황에 부닥친 분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담도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캠페인 영상에서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대중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재 총 5만 명을 목표로 담도암 명명백백 캠페인 공식 사이트에서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담도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한다. 사이트에 방문하면 담도암에 대한 정보와 함께 환자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약 1만30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응원 메시지를 남겨 목표인 5만 명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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