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영화관·콘서트홀…소리가 자동차의 격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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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넘어 인공지능 정의 자동차(AIDV)로 전환되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제2의 생활 공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과거에는 엔진 성능과 주행 안정성 차량의 가치를 좌우했다면 이제는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얼마나 가치 있게 만드는지가 핵심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자동차 업계 전반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차량용 운영체제에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등 콘텐츠 플랫폼을 연동하고, 주차와 충전 시간을 엔터테인먼트 시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차 안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고 외부와 소통하는 경험은 더 이상 일부 고급차만의 차별화 요소가 아니라 미래 차량이 갖춰야 할 기본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무빙 스피커 시스템’은 차량 운행 상태에 따라 음향 송출 각도를 실시간으로 조정해 차량 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무빙 스피커 시스템’은 차량 운행 상태에 따라 음향 송출 각도를 실시간으로 조정해 차량 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한다. 현대모비스 제공

이에 따라 새로운 기술적 과제도 함께 떠오르고 있다. 바로 ‘소리의 개인화’다. 디스플레이는 비교적 손쉽게 시각적 분리가 가능하지만 소리는 공간 전체를 점유하는 물리적 특성을 지닌다. 한정된 실내 공간에서 여러 탑승자가 각기 다른 콘텐츠를 동시에 소비할 경우 기존 음향 시스템은 불가피하게 한계에 직면한다. 하나의 공간에 동일한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만으로는 개인화된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법은 개인용 오디오와 가정용 사운드 시장에서 일부 제시되고 있다. 스마트 기기에서 보편화된 ‘공간 음향’은 사용자의 고개 움직임에 따라 소리의 방향감을 유지해 마치 특정 위치에 소리가 고정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가정용 오디오 역시 청취자의 위치에 맞춰 음향을 조정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차량에 적용할 경우 기술적 난이도는 더욱 높아진다. 고정된 스피커에서 소리를 출력하는 수준을 넘어 탑승자의 자세와 위치 변화에 따라 실시간으로 음향을 최적화하는 ‘사람 중심의 사운드 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야 자동차는 진정한 미디어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기반 기술이 바로 ‘인캐빈 센싱’이다. 인캐빈 센싱은 차량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를 활용해 운전자와 탑승자의 상태를 감지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탑승자의 얼굴 방향과 귀 위치 변화를 실시간으로 인식해 소리의 방향감과 균형을 조정한다. 고개를 돌리거나 시트를 젖혀 휴식을 취하는 순간에도 음질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음향을 탑승자 중심으로 유지해 어떤 자세에서도 마치 공연장의 명당석에 앉아 있는 듯한 입체감을 제공한다.

자율주행 환경에서는 이러한 기술의 필요성이 더 분명해진다. 차량 안에서 업무와 휴식, 엔터테인먼트가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이 일상화되기 때문이다. 캠핑이나 차박을 위해 좌석을 마주 보게 회전시키는 ‘스위블 모드’나 침대처럼 눕혀 휴식을 취하는 모드 등 실내 레이아웃의 자유도가 높아질수록 고정된 위치의 스피커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진다.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인캐빈 센싱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사운드 기술을 선행적으로 연구하며 이동의 시간을 가장 가치 있는 순간으로 만드는 사람 중심의 차량 실내 공간을 구현해 나가고 있다. 자동차 안의 소리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AI 정의 자동차시대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적인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학주 현대모비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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