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창구서 확바뀐 달러 위상
유로·위안 등 대안 결제 늘어
달러값 연초 대비 10% 하락
미국 수업업체들이 거래하는 해외 거래처들이 최근 달러 변동성 확대에 따라 달러가 아닌 유로 등 다른 통화 결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달러값이 약 10% 빠지자 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조치다. 자칫 달러의 글로벌 패권에 균열이 생기는 건 아닌지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은행 외환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미국 수입업자들이 갈수록 해외 거래업체로부터 달러 결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외 거래선들이 달러 대신 유로, 중국 위안화, 멕시코 페소, 캐나다 달러 등 자신들의 통화로 결제해달라고 요청한다는 것이다.
미국 은행 US뱅코프의 외환 영업 책임자인 폴라 커닝스는 “이전 많은 고객들이 공급업체 입장에서 달러를 ‘신성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달러가 아닌 통화로 결제하는 것에 대해 주저했다”면서 “하지만 이제 해외 공급업체들이 ‘그냥 우리 통화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근 중동 전쟁으로 달러값이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올해 들어 달러는 주요 6개 통화와 상대적 가치를 뜻하는 달러 인덱스 기준 9.5% 하락했다.
달러값은 지난해 4분기엔 7% 급등했다. 이 같은 변동성으로 인해 무역업체들에 가격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환리스크 때문에 달러를 외면하게 된다.
실제 일부 해외 기업들은 거래 통화에서 달러를 뺐다. 미국 중서부의 한 목재 회사는 유럽산 원목 수입 대금을 유로로 결제한다.
이전엔 달러를 송금했지만, 이제 유럽 공급업체가 유로 결제 시 2% 할인을 제공하기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또 중국에서 가정용품을 수입하는 한 미국 소매업체는 다음 물품부터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이처럼 무역 거래에서 달러 사용이 줄어들면서 달러의 압도적인 글로벌 통화 지위도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무역 청구서가 달러의 패권에 도전하는 한 분야가 될 것”이라며“미국의 무역전쟁이 촉진할 수 있는 중남미와 아시아 전역에 걸친 추가적인 ‘무역 블록’이 등장하면 무역 청구서에서 달러의 비중이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