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증후군
비만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밥 한술 제대로 먹지 못하고 주사로 영양분을 공급받으며 연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희귀질환인 단장증후군 환자다.
단장증후군은 선천성이나 생후 수술로 전체 소장의 50% 이상이 소실돼 흡수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키는 희귀질환이다. 단장증후군은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으로 짧은 소장을 가지고 태어나거나 괴사성 장염, 장간막 파열, 크론병 등 치료를 위해 후천적으로 소장을 대량으로 절제한 경우 발생한다. 국내 소아 환자는 200여 명, 성인까지 포함하면 환자는 500∼1000명일 것으로 추정된다. 문진수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단장증후군을 앓는 김승은 양의 어머니 박현지 씨를 만나 단장증후군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단장증후군을 앓고 있는 김승은 양의 상태는.
박현지 씨=“승은이는 현재 12세로 출생 직후 녹색 이물질을 토하고 태변을 보지 못해 검사를 받았다. 대장 전체와 소장 대부분에 신경이 없는 상태로 태어났고 결국 장기 대부분을 절제해 현재는 약 80㎝의 소장만 남아 있다. 문진수 교수=“성인의 경우 소장은 보통 길이가 6m 정도이며 신생아도 최소 길이가 2m 이상은 돼야 한다. 승은 양의 장기 길이는 정상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현재 승은 양은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
박 씨=“승은이는 혈관주사를 통해 하루 평균 13시간씩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받는 총정맥영양 치료를 받고 있다. 상태가 괜찮을 때는 주 3, 4회로 줄이나 컨디션이 나쁘면 매일 주입해야 한다. 중심정맥관을 지닌 상태로 생활하는 만큼 감염 등 위험이 크고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다. 승은이는 7살까지 병원과 집을 오가며 지냈고 이듬해 처음 학교에 입학하면서 또래 어린이들과 차이를 인지했다. 특수식을 먹는데 특유의 향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면역력과 체력이 약해 수업일수도 제대로 채우기 어려웠다. 학교 급식을 먹기 어렵고 체육활동 등에도 제한이 따른다. 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오해와 편견도 감내해야 했다.”
―정맥영상 주사 이외 신약 개발은 활발히 진행되나.
문 교수=“GLP-2 유사체 계열의 약물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이 약물은 장의 분비를 조절하고 성숙을 촉진해 환자가 단장증후군 상태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연구에 따르면 환자 절반 이상에서 수액 의존량을 30% 이상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해당 치료제는 초고가로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에서만 일부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관련 제도가 미비하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은 상황이라 환자들이 이용하기에 제한이 있다.”
문 교수=“일단 삶의 질이 굉장히 나쁠 수 있다. 환아는 하루 10시간 이상 수액을 맞기 때문에 항상 펌프를 옆에 두고 생활하므로 이를 돌봐줄 보호자가 필수다. 중심정맥관을 사용하는 만큼 감염 위험이 높아 무균 관리가 요구되는데 보호자는 이러한 기술을 익히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해 정신적·신체적 부담이 크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상당하다. 영양주사 치료는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해야 한다. 최근 영유아 때 단장증후군에 영향을 받은 환자는 제도적 지원을 받게 됐지만 소모품, 라인 관리 비용 등 여전히 상당한 금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소장 이식, 고기능성 영양제, 신약 등의 사용 기회가 더 확대돼야 환자와 보호자가 치료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전할 메시지는.
박 씨=“승은이가 처음 진단을 받았던 12년 전만 해도 단장증후군을 앓는 어린이가 무사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당시 의료진은 10살을 넘기기 어렵다고 했고 아이의 미래를 상상하거나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승은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됐고 2년 뒤면 중학생이 된다. 학교에 잘 다니고 피아노도 치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절망하는 부모가 있다면 승은이의 모습을 통해 희망을 품고 힘내시길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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