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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정부가 지역 농협을 대대적으로 통폐합하는 계획 검토에 나선 표면적인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본업인 경제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면엔 신용(금융) 사업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경제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렸다.
여신(대출) 자산의 부실 가능성이 커질수록 위험에 대비해 쌓는 대손충당금 등 비용도 늘어 농산물 판매·유통 등 경제사업에 쏟을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부실 조합을 정리하고 자산건전성을 개선하지 않으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모두 정상화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단위농협 76곳 적자 경고음
14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1110개 단위 농협(법인 기준) 가운데 76곳이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등 각 사업부문의 영업 실적을 모두 합한 결과다.
농협의 경제사업은 과거부터 만성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신용사업은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며 경제사업도 뒷받침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농협 중 상당수가 신용사업 부문의 손실이 급증하며 전체 실적까지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세종시의 A농협은 지난해 경제사업에서 3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전 사업 부문에선 1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시의 B농협 역시 경제사업에서 34억원의 이익을 내고도 당기순손실 규모가 363억원에 달했다.
두 농협은 모두 자산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했는데, 요인으로 과거 무분별하게 취급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꼽힌다. 농협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A, B농협은 브릿지론을 대거 취급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들은 2010년대 중후반부터 상가와 오피스 건물 개발에 초기 자금을 공급했지만, 경기 둔화와 공실 증가로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단위 농협의 부동산 PF 부실 정리가 지연되면서 경·공매 추진 사업장도 급증하는 추세다.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지역단위 농협의 PF 경·공매 추진 사업장은 63개, 감정평가액 기준으로는 1조 4414억원 규모다. 지난해 초 9개 사업장(3300억원)과 비교하면 사업장 수는 6배 이상 늘었고, 규모는 4배를 웃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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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농가 70% 줄었는데 조합 32% 감소 그쳐
일각에서는 일부 조합의 건전성 악화 상황이 지난 2023년 ‘새마을금고 사태’ 직전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은 중앙회 신용사업과 상호지원 체계가 있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당시 일부 금고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치솟고 자산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하며 부실 공포가 커진 바 있어서다.
농협개혁안 마련 작업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농협의 자산건전성이 계속 안 좋아지고 있다”며 “구조조정(통폐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농협개혁추진단장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출신 인사(원승연 명지대 교수)를 앉힌 것도 이러한 과제 수행을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계획 중인 통폐합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도 관측된다. 정부는 조합 수를 절반가량 감축한 일본 사례를 주요하게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대규모 합병을 단행하며 2000년 1618개였던 농협이 2024년 544개로 66% 감소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 35년간 농가인구가 약 70% 줄었지만 조합 수는 32% 감소하는 데 그쳤다.
다만 개혁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1단계 개혁안 처리 속도와 지역 조합을 중심으로 예상되는 반발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농협중앙회장을 전 조합원 선거로 선출하는 조합원 직선제 전환, 농협중앙회 외부에 독립 감사기구(농협감사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1단계 개혁 법안을 6·3 지방선거 전 처리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지역 조합의 구조조정은 조합장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당 측 관계자는 “농해수위 소속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절반 정도는 농협 개혁안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지역구 조합장들 눈치를 보며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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