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 100% 품고 두 토끼 잡는다
5년만에 몸값 24배 뛴 자회사
상장 땐 100조원 가치 전망도
정의선 회장 지분가치 커지며
향후 수십조 자금확보 길 열려
그룹 순환출자 개편작업 탄력
연구소는 매각, 기술유출 우려
현대자동차그룹이 소프트뱅크그룹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잔여 지분(9.65%)을 전량 사들이며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2021년 6월 소프트뱅크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후 5년 만에 독립경영에 나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체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을 내재화하고 차세대 휴머노이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완전 자회사 편입은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산업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쏘아올린 신호탄"이라면서도 "로봇 상용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인력과 기술력을 얼마만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지가 향후 관건"이라고 말했다.
◆ 현대차, 로봇 지배력 강화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인수가 현대차그룹에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유리한 부분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완전 자회사로 두면서 로봇 분야 경쟁사인 소프트뱅크가 개입할 우려 없이 경영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현재 기업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을 확보했다는 것도 평가할 만하다. 소프트뱅크와 맺은 지분 인수 풋옵션(정해진 조건으로 주식을 거래 할 수 있는 권리)은 2021년 계약 당시 정한 가격에 따라 거래가 이뤄진다.
올 들어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 몸값은 그동안 24배나 커졌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소프트뱅크에서 사들일 때 11억달러(당시 1조2500억원)에 불과했던 기업가치는 지난해 30조원(현대차그룹 추정)으로 불어났다. 결과적으로 3조원에 달하는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을 약 5000억원에 인수하며 이익을 2조5000억원가량 남길 수 있게 됐다.
◆ 실적·로봇연구소 매각은 난제
불리한 부분은 실적이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커지고는 있지만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실제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아직 본격적인 사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이후 내내 손실을 내고 있다. 2022년 순손실은 2540억원이었지만 2023년 3360억원, 2024년 4410억원, 지난해에는 5284억원으로 규모가 점차 늘고 있다.
당초 소프트뱅크가 현대차그룹과 풋옵션 계약을 맺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장기 로봇산업 전망이 유망하기는 하지만 당장 유의미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뚜렷하지 않자 현대차그룹 측에 지분을 되팔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을 걸어둔 것이다.
또 현대차그룹이 2022년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함께 설립한 로봇·AI 연구소 'RAI 인스티튜트'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약 1억달러(1538억원)에 매각하는 것도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4억2400만달러를 출자해 RAI 인스티튜트 지분을 사들인 바 있다. 이를 3억2400만달러(5000억원) 정도 낮춰 1억달러에 소프트뱅크에 매각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풋옵션에서 이익을 보는 만큼 RAI 지분 매각에서는 할인된 가격에 거래하는 것으로 양사 간 의견이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자체 연구소로 역량을 결집하려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RAI 인스티튜트 매각으로 선행 기술력을 잃어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딜로 현대차그룹이 자금과 완전한 경영권을 얻는 대신 기술력은 일정 부분 소프트뱅크에 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 향후 미국 IPO 전망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완전 자회사 편입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배 구조를 공고히 하기 위한 중요 과정이다. 앞으로 정의선 회장이 지배구조를 안착하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지분 승계에 따른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은 구주매출을 통해 정 회장이 안정적인 자금을 쥘 수 있는 길목이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10대 대기업 집단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지 못했다. 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②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③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 ④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차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순환출자 고리 핵심 기능을 맡고 있다.
따라서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이는 게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현대차그룹이 2020년 정 회장 체제로 전환했지만 정 회장 현대모비스 지분율이 0.33%에 그치는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이 낮다는 점이다. 정 명예회장 지분을 더해도 최대주주인 기아(17.66%)에 크게 못 미친다. 정 회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면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상속세도 난제다. 현대차·현대모비스·현대제철 등 정 명예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최대주주 할증 과세 등을 적용하면 전체 세 부담이 6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실전 투입이 시작되는 2028년을 전후해 나스닥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30조원 수준인 기업가치는 로봇산업 성장세에 상장 국면에는 10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를 기준으로 삼을 때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2.6%를 쥐고 있는 정 회장은 자금을 20조원 이상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토대로 지분 승계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정환 기자 / 한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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