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경찰서 4개 등급 상대평가로 바꾼뒤
“높은 점수 못받으면 승진-성과급 불이익”
정보관들 현장확인보다 전화 붙잡고 정보 수집
보고서 경쟁 과열…개인정보 불법수집 우려도
“편의점에서 몇천 원어치를 훔친 사람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범죄첩보 보고서를 작성하는 정보관도 있어요.”13일 부산 한 경찰서 정보과 소속 40대 김모 씨는 “정보 보고서 생산 압박이 빚어낸 현상”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김 씨는 “과거에는 소액 절도가 발생하면 당사자 사정을 듣고 업주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중재하는 게 정보관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 기준 넘으면 만점→상대평가로 4개 그룹 서열화전국 경찰관서 정보관들의 정보 보고서 작성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경찰청이 지방경찰청과 일선서를 평가하는 방식을 상대평가 형태로 바꾸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현장에서 “많은 보고서를 생산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도태된다”라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경찰청이 작성한 ‘2026년 정보기능 치안종합성과평가 성과지표’에 따르면 경찰청은 정보관 생산 보고서 등을 평가해 전국 18개 지방경찰청을 가(35%·6개 청), 나(35%·6개 청), 다(20%·4개 청), 라(10%·2개 청) 등 4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지표는 지난달 중순 확정돼 전국 지방청에 하달됐다. 지방청은 이를 토대로 일선 경찰서 세부평가 지표를 마련했다.
평가지표는 ‘치안정보분석·외사업무 기여도’ 100점과 ‘상황정보활동 및 정보역량 발전 기여도’ 100점 등 총 200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치안정보분석 기여도는 공공 위험 예방을 위해 수집한 보고서를 중심으로 평가한다. 특별 상황 때 경찰청 지시에 따라 작성하는 SRI 보고서와 지역 내 위험 요소를 발굴해 대응책을 담는 정책자료 보고서, 특정 범죄에 대한 수사를 요청하는 범죄첩보 보고서 등이 포함된다. 상황 정보활동 기여도는 행사와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대응 활동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다.
지난해까지는 일정 기준점을 넘기면 모두 만점을 받는 절대평가 방식이 적용됐다. 전년도 1등 지방청 성과를 기준점으로 삼고, 그 수준에 근접하면 만점을 부여하는 구조였다. 경찰청은 이런 평가 체계로 특정 시기에 점수를 집중 확보한 뒤 업무 강도가 떨어지거나, 일부 직원에게 업무가 편중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하위 업무자 배제 지침도 경쟁 부추겨”하지만 현장에서는 상대평가 시행 이후 부작용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느 수준이 안정권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전국 정보관이 천장 없는 무한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서 정보과장 등을 지낸 한 총경은 “다·라 등 하위 그룹에 지방청과 일선서가 포함되면 지휘관은 물론 소속 정보관의 승진 평가와 성과급 지급 등에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휘부는 보고서 생산을 독려하고, 정보관은 부담 속에 보고서 작성에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올 초 시행된 ‘정보경찰 인력풀’ 제도 역시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현재 정보관뿐 아니라 정보기능 업무에 관심 있는 인력까지 관리하고 교육하며 전문 정보요원으로 육성하는 것. 하지만 여기에는 매년 하위 평가자 10~15%를 정보관 업무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 작성 부담에 현장에서 직접 확인보다 전화 문의를 통한 정보 수집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 40대 정보관은 “과거에는 보도블록 파손 등이 발견되면 해당 기관에 연락해 시정을 요구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며 “지금은 여러 정보관이 동시에 특정 자치구에 전화해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사진을 찍어 국민신문고에 올린 뒤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자치구 입장에선 경찰을 가장 악성민원으로 여길 정도”라고 했다.
정보활동 강화로 개인정보의 불법 수집 우려도 제기된다. 황정용 동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등이 빠진 보고서는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보관 활동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개인정보는 부수적으로 수집될 수밖에 없어 민간인 사찰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이에 대해 경찰은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검토하는 별도 부서가 운영되는 만큼 민간인 사찰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정보기능 운용 효율화를 위해 마련된 제도인 만큼 현장 부작용 여부를 점검해 필요하면 정책 방향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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